"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MBC <무한도전>의 수장 김태호PD가 13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이어 김태호PD는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 할증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한다”며, 제작진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한도전>은 매주 변신을 꾀했다. 그 결과 아이템 고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한 주 녹화해서 한 주 방영하는 시스템을 넘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특집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덩치는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겪을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는 분명 시청자의 상상 이상일 터, 이들에게도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태호 PD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김태호PD의 바람대로 3개월이라는 꿀맛 같은 휴가가 주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무한도전>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가상으로 기획해봤다. (저작권은 없으니, MBC에서는 필요하다면 마음껏 실행해 옮겨도 좋다.)

1. 다시보고 싶은 특집 BEST 12

지난주를 기준으로 <무한도전>은 총 510회가 방영됐다. 그 중에서 다시보고 싶은 특집 몇 편을 꼽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시청자 사이에서 ‘레전드’로 회자되는 특집과 제작진과 멤버들의 기억에 남는 방송을 선별해서 3개월간 방영해 주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3개월이라는 시간을 벌 수만 있다면, 제작진과 멤버들은 훨씬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방송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고,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와 같은 장기미션도 부 담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시청률 하락이 가장 신경 쓰이겠지만, 3개월 후 재충전을 마치고 돌아온 <무한도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커질 것이라 장담한다. 지금 <무한도전>에게 필요한 건 어찌됐든 시간이다.

MBC <무한도전>

2. <1박2일>, <런닝맨>과의 콜라보레이션

“'무한상사'가 기획되고 촬영되는 기간의 여유 동안 저와 '무한도전' 스태프들은 하반기의 큰 그림들을 모두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무한도전> 제작진이 한발 물러나고, 장항준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촬영이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김태호PD는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한도전> 멤버들이 KBS 2TV <1박2일>과 SBS <런닝맨>에 출연하는 그림은 어떨까? 해당 프로그램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그 자체로 엄청난 화제를 모을 수 있으며, 동시에 <무한도전> 제작진이 부담을 덜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방송사간의 협의가 관건이겠지만, 콜라보레이션 과정에서 <1박2일>과 <런닝맨> 측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방송만 나눠서 한다면 서로 윈-윈 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BC <무한도전>

3. <무한걸스>의 명예회복 어떤가요?

MBC 에브리원이라는 케이블에서 시작한 <무한걸스>는 지난 2012년 MBC에 ‘입성’하는 놀라움을 안겨준 바 있다. 하지만 MBC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결방되는 과정에서 <무한걸스>가 방영되며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땐,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무한걸스>가 차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뒤집어써야 했지만, 이제라도 명예회복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3개월 간 <무한도전>에게 휴가를 주고, 딱 시간만큼만 <무한걸스>가 토요일 저녁을 지키는 것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한 ‘형제(자매)’ 아닐까. <무한도전>의 자매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서 인기를 누렸던 <무한걸스>가 다시 한 번 뭉쳐야 한다면, 그건 <무한도전>이라는 오빠에게 ‘시간’이 절실한 바로 지금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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