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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민생법안, 민생 해악 법안조중동만 못한 서울신문 사설 '미디어법에 쓸려간 민생'
유영주 객원기자 | 승인 2009.07.24 11:18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한나라당이 ‘민생’ 카드를 들고 나왔다. 예정된 수순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직후 “다시 민생법안을 다루겠으며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희망사항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23일 “이제 우리 앞에 민생문제라는 큰 산이 놓여있다. 앞뒤 돌아볼 것 없이 오로지 민생을 해결하는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역시 희망사항이다. 한나라당은 ‘서민살리기 5대 법안’을 비롯 비정규직법과 공무원연금법 등 23개 법안을 최우선 처리법안으로 내놨다. 미디어법 개정 근거에 거짓과 허위가 포함된 걸로 미루어 한나라당이 민생법안이라고 내놓은 것도 정말 민생을 위한 법인지 짚어볼 일이다. 

오늘 서울신문은 ‘미디어법에 쓸려간 민생 어찌할 텐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의 요지는 이렇다.

“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에 들어간 지금의 상황은 여야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 이들의 아픔은 외면해도 되는지 정치권은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한다.”

“미디어법이 바쁜 한나라당에 비정규직법은 뒷전이 되었고, 민주당은 민생법안이 안중에 없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내일 끝난다. 9월 정기국회나 돼야 비정규직법 처리를 재추진할 수 있다. 그동안 생겨날 해고 비정규직의 눈물은 누가 닦아줄 것인가.”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논란 중인 세종시법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처리가 시급한 안건들이다. 미디어법 처리에 뿔난 야당이 정치적·법적 투쟁에 나선 것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투쟁과는 별개로 민생법안 심의에는 응해 줬으면 한다.”

   
  7월 24일자 서울신문 사설  

아무 생각없이 쓴 글이거나 아니면 계산을 잘 하고 쓴 글이다. 전자라면 ‘수준’이고 후자라면 ‘줄서기’다. 비정규직법이 9월 정기국회 때나 다뤄질 수 있다며 비정규직의 눈물을 거론한 건 정말 아무 생각이 없어보인다. 비정규직이나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내용이 뭔지 살펴보기나 했는지 궁금하다.

한나라당이 올려놓은 비정규법 개정안은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기간제근로자등의고용개선을위한특별조치법(기간제특별법) 등 세 개. 2007년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유예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간제법은 사용 기간 2년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현행 내용을 4년으로 연장한다는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게 처리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봉쇄된다. 유예 기간 3년이든 2년이든 1년이든 큰 차이가 없다. 유예되는 순간 사용자들은 상시적인 비정규직 사용의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이래 사용자들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비정규직의 상시 고용화, 해고와 1년짜리 비정규직 교체 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온 법제도적 보루가 무너진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내놓은 기간제법 개정안이다. 민주당이라 해서 다를 게 없다. 기간을 1년 유예, 6개월 유예한다는 입장이고 정규직 전환기금을 도입하겠다는 건데 한나라당의 개정안과 본질에서 차이가 없다.

파견법도 마찬가지다. 현행 파견법은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 한하여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파견기간도 최대 2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파견 남용을 막기 위해 파견허용 업종과 파견기간에 제한을 둔 것이다. 파견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중간착취, 저임금 고착화, 사용자책임 회피 합법화, 노동3권 박탈 등의 문제가 심화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판단이다.

기간제특별법은 2년간 한시적으로 정규직 전환사업자에 대해 사회보험료 50%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중 22만 명이 수혜 대상이며, 사용자는 정규직 전환자 1인당 월 13만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사용자조차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투덜대는 여론이 비등하다.

미디어법 날치기가 갖는 파괴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정규직법 직권상정까지 한방에 처리하기에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나 안 하나 당장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 공공부문의 일부를 제외하면 2년 기간이 완료되기 전에 이미 상시 해고 체제가 가동되어왔고, 해고대란 따위의 해프닝은 발생하지 않았다. 미디어법 직권상정 날치기만으로도 버거운데 비정규법까지 업어서 7월 처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한나라당이 민생법안이라고 내놓은 23개 법안에는 비정규직법 말고도 민생을 위협하는 법이 곳곳에 눈에 띈다.

   

직업안정법은 비정규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되 이 자체를 산업화하겠다는 맥락의 괴기스런 법안이다. 법안의 취지는 “새롭게 민간부문에서 출현하고 있는 직업소개와 모집이 결합한 형태의 직업소개 등 다양한 양태의 고용서비스를 합리적으로 규율”한다고 되어 있다.

직업 소개의 개념 확대, 소개에 따른 요금 규제 완화, 유료직업소개사업 사업소의 숫자 제한, 근로자공급사업의 자산 및 시설 요건 등을 다루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은 불안정고용을 늘렸다. 노동시장에서는 단기계약과 파견 등 직업 교체가 수시로 이뤄진다. 누군가 이걸 관리해줘야 한다. 그래서 기존 직업소개소 등에 대한 법률적 보완의 필요가 제기됐다. 그래서 기왕이면 인력 관리 자체를 산업으로 키우자는 발상이 직업안정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직업안정법 개정을 민생을 위한 법안으로 위로 삼을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공무원연금법도 민생법안으로 올라와 있다. 공무원들이 기겁할 일이다.

행안위가 최종 확정한 공무원연금법은 ‘더 내고 덜 받는’ 개정안의 완성판이다. 현행 연금법은 물가 인상률과 공무원보수 상승률 등을 모두 감안해 퇴직 공무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10년 뒤부터는 물가 인상률만 반영하겠다고 했다. 행안위는 이를 5년 뒤부터 시행토록 한다고 바꿔놨다. 또 퇴직한 공무원이 월평균 250만원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으면, 지급되는 연금액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 하위직 공무원들의 노후를 보장한다던 공무원연금의 기능은 마비된다. 그래서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자의 권리를 일반 노동자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왔다. 공무원노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14,000명 퇴출, 일방적인 임금동결 등으로 공무원노동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우선 처리법안으로 내놓은 23개 법안들. 일일이 다 살펴볼 여력도 의욕도 안 생긴다. 일부 법안은 정말 민생을 위한 법이리라 믿는다. 정말 민생을 위한 법이라면 당사자의 이해 대로 잘 처리해 주어야 한다. 그게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 그렇지만 살펴본 것처럼 핵심이라 할, 우리 사회 절대 다수가 직접 해당되는 비정규직법 등의 개정안은 민생을 위한 법이 아니라 명백히 민생을 해치는 법이다. 박희태 대표가 “오로지 민생을 해결하는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했는데, 한나라당의 민생 문제 해결이란 민생에 해악을 끼쳐서 서민이 옴짝달싹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정말 민생을 위한 법을 처리하려고 했다면 미디어법에 그토록 어마어마한 국가적, 사회적 비용을 투입하지 말았어야지. 오늘 서울신문의 사설은 조중동만 못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이가 없어 글도 잘 안 써진다.

유영주 객원기자  combycom@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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