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극우 매체의 영상 보도를 출처도 없이 그대로 보도에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MBC 안팎에서는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보도”라고 입을 모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10일 언론은 야권의 행보를 조명했다. 야당은 여당에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제안, 여당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한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치며 촛불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뉴스데스크>는 이날 야당의 움직임을 ‘정국 주도 기싸움’이라고 전했다.

▲10일 MBC<뉴스데스크>의 보도 화면 갈무리.

MBC<뉴스데스크>는 <野 촛불 행렬 동참, 정국 주도 기싸움 팽팽>(현재근 기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정민 앵커는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권 내 신경전 양상”이라고 멘트했다. 이후 현재근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이 확인된 만큼 이번 기회에 재벌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면서 “반면 국민의당은 경제와 민생을 우선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고 리포트 했다. 제목과 리포트 내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쟁하는 형국으로 프레임을 짠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보도의 말미에서 현재근 기자는 “민주당이 어제 탄핵안 표결에 앞서 소속 의원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지만,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이 어제 저녁 여의도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고 보도하며 우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대표단의 술자리를 찍은 영상을 보여줬다. 해당 화면은 극우 매체로 알려진 <뉴데일리>의 영상으로 해당 보도에서는 출처도 표시되지 않았다.

▲10일 MBC<뉴스데스크>가 극우 매체 <뉴데일리>의 영상 보도를 인용, 보도한 화면.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상호 의원 측 관계자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고 악의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보도로 논란이 되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생각해 더 이상 대응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데스크>의 해당 기사에는 우 의원이나 민주당 의원 측의 해명을 물었다는 내용은 없었다.

MBC내부에서는 <뉴스데스크>가 관련 내용을 말미에 한 줄 첨부, 보도한 것은 악의적 의도였다고 판단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호찬 민실위 간사는 13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보도”라며 “말미에 한 줄로 집어 넣은 것이 더 악의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간사는 “만약 (민주당 의원들이) 술판을 벌였다면 그것에 대해 정확히 취재하고 비판을 한 뒤, 반론이 첨부된 리포트를 했어야 한다”며 “(MBC의 보도가) 사람들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줄지 알면서도 인용 출처도 쓰지 않고 받아서 보도하고 빠져버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극우 매체를 그냥 받아서 인용 보도하는 게 할 일인가”라고 개탄했다.

▲10일 MBC<뉴스데스크> <野 촛불 행렬 동참, 정국 주도 기싸움 팽팽> 기사에 달린 댓글 갈무리.

<뉴스데스크>의 해당 보도에는 기사 내용에 대한 비판과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는 MBC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닉네임 아카시아는 “양심도 없고 신념도 없고 용기도 없고 진실성도 없는 기자들만이 남은 장소가 MBC 뉴스라고 알고 있었다”며 “그래도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없었나보다. 아무 것도 없는 공허한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펜을 드는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MBC 취재진은 촛불 시민들에게도 '청와데스크'나 '엠X신'(MBC를 비하해 부르는 말)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MBC 취재기자들은 로고 없는 마이크를 들거나 현장을 누비지 못하고 크레인에 올라타는 등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MBC<뉴스데스크>의 이번 보도는 시민들의 분노를 더 끓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MBC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최근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4%대(전국 기준)를 유지했다. 또 다른 시청률 집계기관 TNMS 기준으로 이날 시청률은 2.8%를 기록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지난 9월 조사·발표한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MBC<뉴스데스크>는 신뢰도 3%를 받으며,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JTBC<뉴스룸>은 3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연도별 추이'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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