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 새누리당이 분당위기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당권 장악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친박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계 논의 기구인 비상시국위원회가 '친박 8적' 명단을 공개하고 인적청산을 요구하자, 친박계가 조직적 저항에 나섰기 때문이다.

▲친박 좌장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친박 실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친박계는 지난 주말 50여 명을 모아 '혁신과통합연합'이라는 친박 모임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당권 장악에 나섰다. 이들은 "보수의 분열을 초래하고 당의 분파 행위에 앞장서며 해당행위를 한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국회에서는 친박 모임의 발족식까지 개최한다고 한다.

사실 박근혜 정권을 만든 책임은 친박과 비박 모두에게 있지만, 따지고 보면 친박의 책임이 훨씬 막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친박의 적반하장 행태에 황당함을 표출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에 보수언론까지 합류했다.

13일자 중앙일보는 <친박의 좀비 연대…더 이상 보수 가치 훼손 말라>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해당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결로 그와 함께 사라져야 할 존재가 새누리당 친박 세력인 점은 국민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13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박근혜 탄핵은 선거 패배보다 훨씬 큰 주권 배반 사건"이라면서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했던 세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런 상식을 뒤엎고 어제 친박 세력이 집권당 정치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이런 게 좀비 정치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친박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의 책임을 질 생각은 않고, 당권 재창출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벌이는 것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그러고 보니 '혁신',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친박에 어울리지 않는 근사한 간판 하나 걸어놓고 그 안에서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8명의 구명운동이나 해보자고 51명 의원이 모인 것"이라고 비꼬면서 "참여자들을 보면 대체로 박근혜 색깔을 도저히 빼기 어렵거나 지역구 사정상 박근혜를 외쳐야만 생존이 가능한 생계형 정치파벌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중앙일보는 "친박들은 분위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법적·윤리적·정치적·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들끼리 살아보겠다고 패거리 지어 설쳐대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들은 우리가 물러서면 보수가 죽는다고 하지만 친박이야말로 보수 가치를 훼손하는 주범"이라면서 "촛불민심 같은 거대한 불길로 친박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친박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13일자 동아일보는 <'대통령의 家臣' 자처하는 친박, 지금이 봉건시대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친박이 국록을 먹는 정치인이라면 민심과 국회로부터 심판 받은 박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면서 "그러나 친박 이장우 최고위원은 어제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박계 김무성, 유승민 의원을 향해 '부모형제 내친 패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집 대들보까지 뽑겠다는 것이라며 탈당을 요구하는 적반하장의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13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헌법을 위배한 박 대통령을 헌정질서에 따라 탄핵 소추한 것을 인륜을 저버린 행위로 모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면서 "친박은 새누리당을 공당이 아닌 박 대통령의 사당으로 보고 의원들을 가신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주군을 부모처럼 모시면서 '권력 카르텔' 내부의 형님 아우님끼리 이권을 챙기는 것이 전근대적 가신제 정치"라면서 "이런 수구적, 봉건적 사고방식의 친박계가 오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이라는 계파 모임을 출범시킨들 혁신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동아일보는 "정권 재창출은 포기한 채 박 대통령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헌정유린과 국정농단에 보수언론도 애당초 마음을 돌렸다. 보수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의해 무참히 파괴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헌정파괴의 주범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새누리당이고, 그 중에서도 친박계다. 친박은 정치생명을 연장해 보겠다는 추한 몸부림을 멈추고, 박근혜 정권 주역으로서의 죗값부터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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