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막무가내 야당 비판에 나섰다. 보도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이끌어왔던 조선일보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근거 없는 야당 비판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13일 종합 5면 <野, 방송 길들이기 나서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방송사들 운영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며 “대선을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썼다.

▲조선일보 13일자 5면 기사.

조선일보가 야당이 방송 길들이기를 한다며 근거로 든 내용은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문재인 전 대표·야당 소속 미방위 의원들의 발언들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그동안 방송의 공정성 및 공영성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면서 "이번 청문회에 KBS는 증인 채택이 됐으나 MBC 문제도 심각하다. MBC 사장과 YTN 사장 등 방송 관계자들의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당 소속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KBS, MBC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에서 공정성을 잃어버린 ‘정권 호위 방송’”이라며 "여당 일색인 이사 선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국가 대청소가 필요하다“며 사회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언론 문제를 언급했다.

야당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언론·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여러 가지 근거가 있다. 고 전 김영한 수석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되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언론 장악 및 통제에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KBS·MBC·YTN 등의 공영방송은 ‘박근혜 감싸기’ 등 정권 비호 방송을 지속해왔다. 시민들의 분노로 촉발된 7차 촛불집회 내내 공영방송사들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

▲1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조선일보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

조선일보는 “대선을 앞두고 ‘방송 길들이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썼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지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 부호가 찍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올라간 조선일보 해당 기사에는 “이미 길들여져 있는데 뭘 쥐박이(MB) 하고 최순실이 한테. 온 세상 천지가 다 아는 걸 조선일보는 모르는 것처럼 기사 쓴다. 김기춘처럼”이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언론을 장악·개입의 당사자였는데 조선일보는 야당의 언론장악으로 몰고 가려한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동원 정책국장은 “조선일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이제 차기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라며 “게이트를 통해 살 길을 찾은 것이고, 탄핵 가결 이후에는 대선을 준비하며 다른 살 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차기 대선과 관련해 이날 주목한 인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13일 4면에 반 총장의 유엔총회 ‘고별 연설’ 관련 기사를 실고, “반 총장은 20일 이후로 예정된 한국 특파원 기자회견에서는 지금까지 구체적 언급을 피해 온 대선 도전 등 향후 행보에 대한 계획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조선일보 13일자 지면 사설.

<유엔 고별 연설 반 총장의 진로>라는 사설에서는 “반 총장은 지난 10년간 국제 평화, 개발 협력, 인권 개선 등 유엔의 3대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사무총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서구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았지만, 국제 분쟁 해결과 기후변화 문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동분서주는 인정받아왔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국민이 대선 후보로서 반 총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역시 외교·안보 분야일 것”이라며 “수출로 먹고살아 온 나라에서 원만한 국제 관계를 유지할 적임자이기도 하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세계적 외교관이지만 정치인으로선 신인과도 같은 후보를 평가해야 한다. 처음 있는 일이다. 반 총장의 진로를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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