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길이 주어진다. 한쪽은 화려하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다른 길은 초라하지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의사만이 아니라 누구나 이런 선택을 요구받곤 한다. 부당한 방식으로 좀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과 담담하게 정도를 걷는 방식은 전혀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한다.

안 가본 길에 대한 미련;
심리적 엔트로피, 동주에게 주어진 두 갈래 길

동주는 도 원장과 마주했다. 거대병원에서 쫓겨난 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도 원장이 뜬금없이 동주 앞에 나타났다. 도 원장이 동주를 찾은 데는 명확한 이유가 존재한다. 부용주를 무너트리기 위한 병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병사로 동주를 선택한 것이다.

도 원장이 동주를 회유하고 있는 사이 서정은 김사부의 방에서 학생증 하나를 발견한다. 장현주라는 이름의 학생증은 김사부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것이다. 좀 전에 김사부에게 징계 해제를 받은 서정은 다시 자신의 위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부용주를 스승으로 생각하고 따르던 의대생 현주. 그녀는 그가 보는 앞에서 수술 중 숨졌다. 살릴 수 있었던 아이였는데 도 원장으로 인해 고귀한 삶은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 일 이후 부용주는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김사부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왔었다. 그 지독한 기억을 서정이 다시 꺼내버렸다.

서정의 궁금증은 당연하게 장현주가 누구인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돌담병원에 내려와 있는 선배를 통해 그녀가 학부생활 중 숨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시기에 부용주가 사라졌다는 말과 제자를 죽였다는 소문이 합쳐져 장현주와 김사부의 관계와 아픔은 하나가 된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김사부를 피하지만 서정은 그렇지 않다.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한다. 서정은 남들은 보지 못한 김사부의 진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뛰어난 의술만이 아니라 그가 진정한 의사라는 사실은 지난 몇 년 동안 충분하게 경험하고 느꼈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악랄한 도 원장이 김사부의 가장 약한고리를 흔들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다. 서정을 궁지로 몰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시작이었다. 그게 실패하자 바로 동주를 만났다. 누구보다 악착 같이 공부를 해왔던 동주. 도 원장은 성공에 대한 갈증이 높은 동주를 손쉽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연봉을 높이고 연구비 목적으로 1억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은 파격적이다. 아직 어린 의사에게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주는 흔들렸을까? 반발심이 더 강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호들갑이다. 그만큼 그를 아끼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병원에는 언제나처럼 다양한 환자들이 온다. 음주운전으로 6중 추돌사고를 일으킨 범죄자는 철없는 망나니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어머니의 과보호다. 엄청난 재력으로 무장해 오직 자신의 아들만 아는 엄마에게 공감 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의사 역시 그저 자신이 부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는 그는 서정과 지속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죽고, 누군가는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그리고 다른 중상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오직 자신 아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그녀에게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력을 바탕으로 한 권력을 가진 우리 사회의 1%가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다수가 극 중 그녀를 닮았다. 안하무인에 기고만장하다. 그리고 그런 권력에 기생하는 무리는 그들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인 빈부의 차는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사회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우리 현실을 <낭만닥터 김사부>는 흥미롭게 잘 담았다. 그리고 그들과 맞서 싸우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김사부가 증명했다. 잃을 것이 많은 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라는 점 말이다.

탈영한 환자가 도주했다. 탈영병을 찾으러 온 남자들을 피해 달아나던 그들은 거리에 쓰러져 다시 돌담병원으로 옮겨졌다. 급하게 수술을 하기는 했지만 살아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죽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폭행이 의심되는 흔적들은 동주에게 결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강제한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군 폭력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집단 폭행으로 인해 일병이 탈영을 해 숨졌다는 사실은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다. 그렇게 도 원장에게 연락이 갔고, 그는 주치의인 동주에게 단순한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를 건넨다. 이 장면은 서울대 병원에서 벌어진 '농민 백남기 사건'을 보는 듯 씁쓸했다.

경찰 조직에 의해 광장에서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그렇게 숨졌다. 하지만 주치의를 자처한 백선하는 모두가 외인사라고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홀로 '병사'라는 진단서를 발급했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은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재현되었다.

동주는 어떤 선택을 할까? 거짓 사망진단서를 그대로 사용하면 동주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남들보다 빠른 승진이 보장되고 큰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의사의 양심은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기술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과연 동주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낭만닥터 김사부>는 이제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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