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국회의장 직권으로 언론관련법이 국회 본회의에 기습상정된 것을 두고, 법조인들이 “의회 회기 중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안건으로 올리지 못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등 법적 절차에서 드러난 문제를 잇따라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헌법학회장인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는 23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나라당 불법 대리투표·재투표 원천무효 선포대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속함으로 현행범으로 그 자리에서 체포했어야 한다”며 헌법에 규정되어 있든 없든 ‘일사부재의 원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인정되는 “불문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 한국헌법학회장인 김승환 전북대 법대 교수가 무대에서 언론관련법 상정 과정에서의 드러난 문제점 대해 말하고 있다. ⓒ송선영

김 교수는 “이명박 정권 들어 헌법 질서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며 “2009년 7월22일은 이명박 정권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방송이 학살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철저하게 폐기되고, 국민의 알권리가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된 날”이라고 힐난했다.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가장 더러운 저질 정치 코미디로 이승만 정권 당시에 있었던 사사오입개헌을 들었는데 이보다 더한 것이 어제 벌어진 언론관련법 상정 과정이었다”고 학자로서의 심경을 밝힌 김 교수는 “헌법재판소를 믿을 수는 없지만 법적 투쟁을 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류제성 변호사도 “첫 번째 방송법 표결 과정에서 (이윤성 국회 부의장은) 형식적, 실질적으로 투표 종결을 선언했다”며 “그럼에도 재투표를 한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해 정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국회사무처는 ‘투표불성립’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회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적 의원의 과반수가 참석했는지를 확인했어야 했다”면서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대리로 표결을 했다는 것 자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류 변호사는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및 ‘권한대행심판청구’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며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언론노조 노조원과 시민들이 '언론악법을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송선영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도 방송법 재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국회법상 대리투표를 통해 통과된 법은 무효”라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방송법은 대리투표와 관계없이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일사부재의 원칙은 안건이 통과될 때까지 계속 안건으로 올리는 폐단을 막기 위한 것으로, 특히 누가 찬성, 반대 표를 던졌는지 투표 결과가 공개된 이후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같은 회기에 같은 안건을 부칠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위기로, 다수결의 원리와 함께 다수결로 침해할 수 없는 소수의 기본권도 보호해야 하는데 현 정권은 다수결과 소수의 기본권 모두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권·한나라당 퇴진운동 벌이자”

한편,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회의장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에 언론관련법이 상정된 것에 대해 “언론악법을 통과시킨 한나라당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언론관련법 원천 무표’를 선언하는 범국민적 총력 투쟁 돌입을 비롯한 5가지 국민운동 실천을 제안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3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나라당 불법 대리투표 재투표 원천무효 선포대회'를 열고 있다. ⓒ송선영

최 위원장은 이날 ‘한나라당 불법 대리투표 재푸툐 원천무효 선포대회’에서 “불법적인 통과된 언론악법이 원천 무효임을 선언하는 범국민적 총력 투쟁에 돌입하자”며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민 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을 정치적으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며 “언론악법 불법 처리를 배후 조정한 조중동 철폐 운동과 조중동에 광고를 몰아주고 게재하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하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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