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정부 경제사령탑 교체를 두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 사이에서 야당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한창이던 지난달 박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유 부총리에서 임 내정자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유일호 부총리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정작 국정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당은 정작 황 총리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2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황교안 총리는 유일호 부총리에게 "경제분야는 그간 호흡을 맞춰왔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중심의 현 경제팀이 책임지고, 각종 대내외 리스크 및 경제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임종룡 내정자에게는 "금융시장은 변동요인이 많은 상황인 만큼 임종룡 위원장을 중심으로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제사령탑을 바꾸지 않고, 유 부총리를 밀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제정책 연속성 여부를 떠나 황 총리에게 사실상 인사권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황 총리는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이며 박근혜 정권을 만든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국정을 수습하고 이끌어나가야 하는 주체는 바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경제사령탑 교체도 민주당이 신경써야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12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경제사령탑 교체에 대해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내정자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완주 의원은 임종룡 내정자의 임명제청자는 김병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였기 때문에, 김 전 내정자가 사퇴한 상황에서 절차적 근거가 상실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 내정자은 금융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평가하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임 내정자에게 우호적인 것도 불가 요인으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출신 김정우 의원도 임종룡 내정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으며, 홍익표 의원은 '기재부 순혈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기재부 내에서 엘리트코스만을 밟아온 인물이다.

반면 송영길 의원은 임종룡 내정자를 한국 경제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로 지목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 의원은 "미국 발 금리 인상으로 한국 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임 내정자가 돌파력과 책임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운열 의원도 경제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임종룡 내정자가 유일호 부총리보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의견을 냈으며, 김현미 의원은 유 부총리의 경제부처 장악력 부족을 지적하면서 임 내정자가 경제사령탑에 더 적합한 인물로 봤다. 이처럼 야당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당분간 황교안 총리의 결정대로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정책 전반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경제부총리 교체 건을 백지위임한 국민의당은 내심 임종룡 내정자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12일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의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 임종룡 내정자에 대한 임명 절차 진행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면서 "일부 야당에서 반대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야당은 경제부총리 교체에 대해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유일호 부총리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임종룡 내정자가 기업 구조조정의 실패로 책임자라는 반론도 있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정해놓고 나갔다는 측면과 급하게 바꿀 경우 장관급 이상 인사 2개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측면을 볼 때 교체가 적절치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