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보도는 <뉴스룸>, 예능은 <말하는대로> (12월 7일 방송)

JTBC <말하는대로>,

함께 출연했던 김복준 교수가 “여의도 아저씨들이 꼭 봐야하는 방송”이라고 극찬했다. JTBC <말하는대로>에 두 번째로 출연해 시국 버스킹을 보여준 유병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고민 상담 버스킹’이라고 포장했지만 결국엔 또 시국 버스킹이었다.

조카의 산수 문제를 설명하는 줄 알았다. “50만 더하기 20만 더하기 30만은 100만이 아니라 26만이다. 왜? 경찰이 셌으니까.” 듣다 보니 촛불집회 인원 추산 얘기였다. 만화 <명탐정 코난>을 설명하는 줄 알았다. “주인공이 사정상 직접 추리는 못하고 대역을 써서 추리를 해. 뒤에서 조종하는 거지. 그리고 얘가 원래 어린 애가 아닌데 무슨 약인지 주사인지 맞고 어려졌어. 뭐 피부 관리나…” 듣다 보니 ‘VIP’를 겨냥한 말이었다.

이번엔 정말로 진보와 보수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줄 알았다. 진보주의에 대해서는 사전적 정의를 그대로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는 “보수주의는 집회가 끝나면 보수를 받는 형ㅌ… 아 밑에 ‘페이’ 보수를 잘못 읽어가지고.” 보수의 개념이 아니라, 개념 없는 어떤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JTBC <말하는대로>,

산에서 조난당한 상황극을 하다가 휴대폰 배터리를 얘기하는 줄 알았다. 5% 남았다고. 느닷없이 “5%면 내려와. 5%면 내려와야지”라고 계속해서 외쳤다. 듣다 보니 배터리가 아닌 지지율, 하산이 아닌 하야를 의미하는 얘기였다. 유병재는 퇴장하는 순간마저 풍자로 승화시켰다. 보통 <말하는대로>는 버스킹 후 시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데, 유병재는 “질문의 답을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다”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시국 풍자 코미디는 유병재가 처음이 아니었다. 유병재만 한 것도 아니었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이 최순실과 똑같이 분장해서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줬다. 하지만 그건 내용보다는 스킬, 정확히 말하면 분장 스킬 ‘열일’한 경우다. 코미디가 뉴스처럼 어떤 팩트를 전하거나 시사점을 안겨줘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그건 너무나 알맹이 없는 개그였다. 굳이 따지자면 풍자라기보다는 모방이었다.

반면, 유병재는 진짜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탄핵, 하야, 최순실 같은 단어를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에둘러 풍자하지만 모두가 아는, 그러면서도 개그 코드까지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세 번째 시국 버스킹은 <뉴스룸>에서 하는 건 어떨지.

이 주의 Worst: 몰카는 죽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12월 4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

그들만 은밀했고, 그들끼리 위대한 몰카였다. 지난 4일 첫 방송한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한 마디로 허술하고 유치했으며 조악하기까지 했다.

출장 몰카단 MC들을 위한 신고식 몰카부터 허술했다. 몰카라기보다는, 학창시절 친구를 놀라게 하기 위한 일종의 장난에 가까웠다. 끔찍한 분장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태연히 드러누워 있거나, 중식당 테이블에서 베이징덕 요리 대신 PD 얼굴이 튀어나오는 식이었다.

‘예측불허 신개념 리얼로드 몰카버라이어티’라는 화려한 자체 수식어를 붙였지만, 실제로는 <이경규가 몰래카메라> 시절에서 1도 나아가지 못한 구시대적 몰카였다. 평소 타로카드를 철석같이 믿는 설현이 타로카드대로 하루가 펼쳐진다면 어떤 반응일지 알아본다는 설정은, <이경규가 몰래카메라> 때도 숱하게 봐왔던 설정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

누군가 다친다는 타로카드를 뽑은 뒤 스태프가 경사로에서 굴러 넘어지고, 소란스러운 일이 발생한다는 타로카드를 뽑은 뒤 방송국 주변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재물운이 있는 타로카드를 뽑은 뒤 갑자기 상금 50만 원을 받게 된다. 주변인 싸움이나 부상으로 주인공을 당황시키는 것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시절의 단골 아이템이었다. 주인공을 모두 속인 뒤 MC가 등장하는 방식도 똑같았다. 이경규가 과거 그러했던 것처럼, 설현을 속인 MC 김희철도 굉장히 황당한 방식으로 등장했다. 방금 전 ‘백마 탄 아이’ 타로카드를 뽑은 설현 앞에 가짜 백마를 타고 나타난 것. 그야말로 유치함의 절정이었다.

이경규만 없었지, 몰카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콘텐츠는 그 시절의 복사본이었다. 차라리 이경규가 있었다면 재미라도 있었을 것인데, 5인의 출장 몰카단은 ‘상황 중계’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은밀하고 위대한 몰카를 완성하기도 전에, 소리 소문 없이 퇴장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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