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보고 저건 개'라고 윽박지르면, 닰이 개가 되는 세상, 그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조중동'을 위해서라면, 닭은 개가 돼야 한다. 신문시장의 불법과 무질서를 주도해온 조중동의 죄상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온 천하에 스스로 '조중동의 2중대'임을 고백했다.

'구독률 20% 이하인 신문은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을 30%까지 소유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도 2012년 이후 '알 박기' 차원에서 10%까지 소유할 수 있다. 구독률 20% 이하 신문이 소유할 수 있는 방송뉴스채널은 시청점유율이 30%까지 돼도 상관없다.'

이게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하려 하고, 한나라당이 한 치의 열외 없이 찬성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한나라당 방송법 신문법 개정안 최종안의 핵심 내용의 하나다.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폐지해 삼성, 현대, 롯데 등 국내 거대 기업들, 그리고 외국자본이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해 경영하도록 한 부분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다.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한나라당

한 번 물어보자. 투표권을 각 가구에 한 표씩 주는 게 맞는가, 아니면 각 개인에게 한 표씩 주는 게 맞는가? 묻는 것 자체가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뻔한 물음이다. 당연히 각 개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각 가정에 투표권을 주고 있다. 한나라당이 신문시장 점유율을 재는 기준으로 제시한 구독률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신문은 여론 상품이고, 따라서 여론을 이루는 의견을 재는 단위는 각 개인이어야 한다. 그래서 특정 신문이 각 개인의 의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느냐는 재는 척도는 발행부수나 유가부수다.

이게 상식이다. OECD에 가입된 모든 회원국이 발행부수나 유가부수를 기준으로 신문시장 점유율을 측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구독률을 기준으로 신문시장 점유율을 측정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투표권을 각 가정에 주는 아주 이상한 나라로 돌아갔다. 한나라당은 설문조사로 신문시장 여론점유율을 재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한나라당이 기업에게도 투표권을 주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날이 올지.

신문시장 여론 점유율을 설문조사로 재는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엽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중동' 모두가 안전하게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도록 하기 위한 알뜰살뜰한 배려는 눈물겨울 정도다. 구독률 20%, 이게 신문시장에서 무얼 뜻하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2008년 한국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조사를 보면, 조중동의 구독률은 각각 11.9%, 9.1%, 6.6%밖에 안 된다. 조중동이 지금의 독자를 거의 두 배로 늘린다고 해도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그럼 구독률 20%의 실체를 따져보자. 2007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가 1680만가구이다. 20%이면 336만 가구이다. 전체 가구에서 '조중동' 구독 가구는 얼마나 될까? 1680만 가구에 11.9%, 9.1%, 6.6%를 각각 곱해 보면 근사치가 나온다. 조선 200만 가구, 중앙 153만 가구, 동아 111만 가구 정도가 된다. 한나라당 얘기는 앞으로 조선이 136만 가구, 동아가 183만 가구, 동아가 225만 가구에 자신의 신문을 더 구독시킨다고 해도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실제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는 얼마나 될까? 2008년 어떤 신문을 보든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가 전체의 36.8%이다. 환산하면 618만 가구가 된다. 이들 가구 중에서 조중동을 구독하는 가구는 이미 75.1%[(200+153+111)/618*100]에 이른다. 이미 신문 구독시장에서 점유율이 75%나 되는 '조중동'에게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하는 것, 이것이 실체다.

한나라당식 사전·사후 규제=조중동 보호·육성 장치

조중동과 같은 전국 종합일간지를 구독하는 가구 중에서 조중동이 차지하는 비율을 추정해 보면 그 비율은 훨씬 더 높아진다.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언론수용자조사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1880명) 중에서 전국 종합일간지를 구독하는 비율은 92.7%인 1743명이다. 이 중에서 1438명이 조중동을 구독했다. 전국 종합일간지 구독시장에서 조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82.5%에 이른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은, 전체 신문 구독시장에서 조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70%를 웃돌고 있으며, 전국 종합일간지 구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돌고 있는 이 엄청난 독과점 실상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신문을 보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구독률 20%를 방송뉴스채널 소유 기준으로 한나라당이 설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유하면, 한나라당은 투표권을 각 개인이 아닌 가정에 주면서, 그것도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가구(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가구)에까지 투표권을 준 셈이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조중동이 외국자본과 대기업과 연합해 시청점유율 30% 이하의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하도록 만들었다. 여론 집중 방지라는 명분을 내건 30% 상한선은 지나가던 소도 웃는 수치다. 2008년 MBC나 SBS의 평균 시청점유율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시청점유율 30%를 웃도는 방송뉴스채널은 지금까지 존재한 바도 없고, 앞으로도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상한선의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방송법 신문법 개정안에는 아무런 사전, 사후 규제장치도 없다. 단지 신문시장과 방송시장 양쪽에서 모두 조중동에 의한 여론 집중을 부추기는 조중동 보호·육성 장치만이 존재할 뿐이다. 신문고시 무력화와 함께, 이 보호․보호 육성 장치는 내년 지방자치단체와 이후 총선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나라 곧 조중동을 위한 나라, 대한민국의 비참한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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