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미디어악법을 강행처리 한다면 더 이상 18대 국회는 의미가 없고 문을 닫는 편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길이 될 것입니다. 이에 저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오늘 소중하지만 ‘의원직 사퇴’하겠습니다. 또한 단식을 하고 계신 정세균 대표 역시 ‘오늘’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맞서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한 민주당의 이강래 원내대표의 발언내용이다.

규탄대회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오늘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문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강래 원내대표의 뒤를 따르겠다”고 밝힘으로써 민주당의 ‘의원직 총사퇴’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은 성명을 통해 의장석을 점거하는 의원이나 당에게 꼭 불이익을 주겠다고 천명했다”면서 “김 의장이 직권상정한다면 모든 수단을 가지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에 대한 '규탄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이강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결의하고 있다ⓒ나난
최문순 의원 역시 “내키지 않았지만 어제 저녁 협상장에 나갔다”면서 “이것은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치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한나라당은 더 후퇴된 안을 가지고 협상하겠다고 나왔다”며 “한나라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고 협상 당시 소회를 전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만 믿고 물리력으로 직권상정하려한다면 이강래 원내 대표의 뒤를 따를 것”이라며 ‘의원직 사퇴’에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김 국회의장이 입법부의 수장으로써 국민들이 다수 반대하는 미디어악법을 직권상정은 절대 안하겠다는 약속만 해주었다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권상정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간다면 84명의 민주당 의원들 시신을 밟고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미경 사무총장도 “언론 노동자들이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며 “이는 이 법이 중요한 법이기 때문에 막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심판이 있을 줄 몰랐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김형오 의장이 MB 악법인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해 통과시킨다면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본청으로 들어오려는 민주당 당직자들의 모습(위)과 본회의장 입구를 막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아래)ⓒ나난
추미애 의원은 언론과 권력 간의 지켜야 할 ‘선’을 강조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악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는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그 선을 넘는 순간 민주주의가 파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추 의원은 “민주당은 그 선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맞서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또한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위해 당당히 입장하는 순간 국회의장은 우리 ‘헌법’을 밟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10시 50분경 민주당 당직자들이 국회 본청으로 들어오려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시작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천명함으로써 미디어법(언론관계법)의 직권상정 수순이 차례대로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로 맞서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문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오후2시에 최대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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