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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의문, 탄핵사유다머리 손질 필요 없었던 대통령…'국정농단' 정황 보여줘
김민하 기자 | 승인 2016.12.08 11:53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하루 남았다. 가결이 될 것이냐엔 판단이 엇갈린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는 아슬아슬하게 부결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야당들과 비박계는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고, 아슬아슬한 차이로 가결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언급하고 있다.

압도적 가결도, 압도적 부결도 예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정치적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비박계의 논의기구인 비상시국회의는 7일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하는 등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하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이들은 야당이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문제를 넣은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를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박계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하자면 이런 거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것인지 또는 부결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비박계가 중심이 돼있는 비상시국회의가 탄핵안 찬성 표결을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하더라도 여기 소속된 모든 사람이 찬성표를 찍을 것인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최대한의 찬성표를 모으기 위해서는 탄핵안의 가결 또는 부결이 특정 대권주자에 대한 유불리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부 인사들은 비박계 인사들이 권력기관 등으로부터 일종의 ‘협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탄핵에 찬성하는 몇몇 의원들로부터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은근히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면서 사정기관의 ‘공작’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탄핵안에 대한 찬반이 차기 정권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까지 하게 되면 비박계 의원들이 흔들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탄핵안이 어떤 형태로 국회에서 통과되느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서 감당해야 할 혐의가 달라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로서는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에 ‘부당한 혐의’가 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비박계 의원들이 ‘세월호 7시간’을 문제 삼는 것은 이런 차원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청와대 본관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에 대한 보수세력의 생각을 알기 위해선 8일자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된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다른 탄핵 사유는 모두 최씨 등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기반해 있다. 그러나 세월호 문제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지금 상태로 탄핵안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초법적 발상”이라면서 “세월호 문제는 탄핵 소추안이 아니라 특검 수사에 맡기면 된다”고 주장했다. 탄핵소추안은 법률문서이고 탄핵 사유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것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4월 16일에 제대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했을 경우 세월호 참사가 방지되거나 피해가 크게 축소됐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렵다. 조선일보는 같은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는 여객선 불법 증·개축과 화물 과적, 평형수 부족, 부실 고박(화물 고정), 운항 미숙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고가 알려졌을 때는 이미 짧은 구조 골든타임이 지나간 뒤였다. 박 대통령이 그 시각 바다 현장에 있었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언뜻 보기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세월호 7시간’ 문제를 단지 박근혜 대통령의 법적 책임에 대한 차원으로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최근 한겨레, SBS 등 언론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단골 미용사를 불러 상당한 시간 동안 머리를 손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머리 손질은 20분이 걸렸으며 미용사가 청와대에 머무른 시간은 70분 남짓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끝까지 해명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왜 아침 일찍이 아닌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머리 손질을 받았느냐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시절 스타일을 아예 바꿨던 때를 제외하고는 공식석상에서 거의 항상 같은 머리 모양을 유지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서 본청으로 정상적 출퇴근을 일상적으로 했다고 전제하면 몇 시간이 걸리든 머리 손질은 반드시 아침 일찍 이뤄져야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날 이 미용사는 오후 예약을 취소하고 청와대로 갑자기 불려왔다고 한다. 오후 5시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할 계획이 없었다면 이 날은 머리 손질을 아예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당 일각에선 최순실 씨의 단골 병원으로 알려진 ‘김영재 의원’이 세월호 참사 발생 전후 기간 매주 수요일 휴진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기간 동안의 수요일에 언제나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들은 한 순간이라도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면내시경을 받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오는데,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유가 뭐든 박근혜 대통령의 머리 손질 문제가 ‘국정농단’의 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관저 밖으로 나갈 때 언제나 같은 머리 모양을 유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머리 손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별다른 공적 이유가 없이 존재했다는 점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 있는 동안 통치는 도대체 누가 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7일 최순실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는 이 의문을 풀 수 있는 여러 증언들이 등장했다. 최순실 씨의 측근이라는 차은택 씨와 고영태 씨 등은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가 요직에 오르거나 자신들이 최순실 씨에게 전달한 생각이 대통령의 연설문으로 나왔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최순실 씨가 대통령과 동급이거나 더 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주장을 했다. 그간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이 이 사건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의 입으로 실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태도 역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알게 해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모른다’는 말로 일관하면서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인정을 했다. 그는 사망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 대해서도 개인의 주관이 반영된 기록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그러나 그 비망록의 기록들 보고 김영한 전 수석이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적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해당 기록들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을 옮긴 것으로 본다면 그가 언급한 문제들의 범위와 그것에 대한 대응책의 세심함(?)에 놀라게 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비서실을 총괄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인데, 이 기록들은 그가 이를 넘어서 실질적인 정부의 2인자로서 권한을 행사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런 정황을 앞의 문제와 연관지어보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하지 않는 시간 동안의 통치는 최순실 씨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물론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반드시 지금과 같은 형태로 탄핵소추안에 담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문제가 국정농단을 둘러싼 의혹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건 보수언론도 인정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8일 사설에 세월호 7시간 문제를 탄핵소추안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넣고 안 넣고를 떠나 세월호 7시간 문제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를 따지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 ‘세월호 7시간’ 문제는 결국 법적으론 몰라도 정치적으로 탄핵사유에 해당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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