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채워졌던 몇 차례의 광화문 광장. 언제부턴가 그 촛불들 위로 커다란 풍선 하나가 떠다녔다. 엄중한 시위현장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예쁜 고래 모양을 한 풍선이었다. 그 고래 위에는 밝은 모습의 아이들이 올라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고래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시민들이 매주 광장으로 나서는 이유,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에 대해서 그토록 단호하고 엄중한 이유는 물론 국정농단에 있겠지만,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와 미안함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세월호 팔찌와 배지를 착용하는 정도뿐이었지만 그 침묵 속의 분노가 광장에서 하나로 응집되어 대통령 탄핵으로 발전됐다.

KBS 2TV <추적 60분>

오늘은 12월 8일, 국회의 탄핵 투표를 하루 앞둔 날이다. 전날 뉴스에서는 탄핵 가결의 키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 발의안에서 대통령의 7시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탄핵을 하겠다는 것인지 혼이 비정상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동네에서 불이 나도 다들 뛰쳐나간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하는 그들이 진정으로 탄핵에 동참할지 여전히 의심스럽기만 하다.

7일 밤 <추적 60분>은 ‘늦어지는 세월호 인양 그리고 감춰진 진실'을 방영했다. 처음부터 논란이 컸던 인양사 선정부터 인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정부의 은밀하고도 치졸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방해 공작도 추적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여론에 떠밀려 특조위도 만들고 인양도 결정했지만, 실제로 어떤 것도 조사되기를 바라지 않았고, 세월호도 인양하거나 혹은 온전히 인양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했다.

KBS 2TV <추적 60분>

세월호 이야기는 아는 내용이면서도 들으면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슬프고 화가 난다. <추적 60분>이 이번에 집중한 부분은 제목처럼 인양의 진실과 세월호 특조위에 대한 정부의 의심스러운 태도였다. 애초에 세월호 진실규명을 “세금 도둑”이라는 망언을 내뱉는 여당과 함께하려는 것부터가 무모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해야만 했기에 만들어진 특조위였지만 정부는 예산과 특조위 와해공작으로 방해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 배경은 최근 JTBC가 입수한 전 청와대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 곳곳에서 밝혀졌다. 그 비망록 내용을 통해 비로소 당시 있었던 보수단체의 세월호 반대집회가 왜 열렸는지 의심을 갖게 했다. <추적 60분>은 특조위에 나타나 난동을 피웠던 보수단체 대표가 해수부 모과장과 긴밀히 전화연락을 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그랬으니 기술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업체가 인양사업에서 탈락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현재 인양을 맡은 업체나 그 방법이 인양 목적에 맞는 결과를 낼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는 당연하게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목적은 아직 수습되지 않은 9명의 희생자를 찾고,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KBS 2TV <추적 60분>

그러나 아미 보도가 됐듯이 선체에 무수히 많은 구멍을 뚫었고, 그 과정에서 커다란 상처까지 생겼음에도 아직 인양을 하지 못하고 계속 결과를 미루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 진행이 된다면 인양이 될지도 의문이지만, 인양이 된다고 하더라도 침몰원인규명에 도움이 될지는 더욱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고, 아직도 찾지 못한 9명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최근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정부에 의해서 강제로 활동을 종료하게 된 특조위였으니 조사를 재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특조위의 사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한계는 여전하다. 때문에 특조위 재개와 더불어 특검도 동시에 구성되어야 비로소 세월호 특별법이 가진 취약점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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