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점지하신 삼신할매는 각성하라”
“업무태만, 근무태만 저승사자는 반성하라”
“세스코(해충방제업체)를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만들면 알도 못 까고 한나라당 금방 사라질 것이다”
“세금주니 뻘짓하는 한나라당 박멸하자”

21일 저녁 7시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열린 언론노조 주최 촛불문화제는 사회자들의 재기발랄한 진행과 신나는 음악 공연 등 풍부한 볼거리가 이어진 덕분에 참석자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10분 거리의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최종 법안으로 조중동의 방송진출을 노골화하는 내용을 고수하고, 민주당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 2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악법 폐기'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언론노조 노조원을 비롯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송선영

하지만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분노와 좌절,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1000여명이 참석한 촛불문화제에는 언론노조 산하 지·본부 외에 민주노총, 전교조, 안티 이명박 카페, 인천대학생행동연대, 다음 아고라 깃발 등이 나부꼈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현재 공부중이라는 김경택씨(41세)는 언론노조 집회 참석을 위해 21일 오전부터 여의도에 나왔으며 4박 5일간 이어질 총파업 일정에 계속 참여하겠단다.

“나는 언론노조 조합원이 아닌 그저 평범한 시민일 뿐이지만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직권상정을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며 밀어붙이는 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여론다양성’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며 미디어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거로 들었던 국책연구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계조차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느냐. 하여튼 이 정부는 앞뒤가 안맞는 거짓말만 하고 있다”

“KBS가 하는 걸 보면, 이미 언론의 절반 정도는 정부에 의해 장악된 것 같다. 이제 미디어법까지 시행되면 100% 장악될 것”이라고 우려한 김씨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요즘 시대에는 언론장악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요새는 법제도 변화 등 교묘한 방식으로 언론이 장악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의도로 미디어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영보이즈'와 '아날로그 소년'이 공연을 하고 있다.ⓒ송선영

“이명박 정부의 비상식적인 국정운영때문에 지난해부터 각종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는 30대 회사원 이모씨도 김씨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직권상정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차라리 상정되는 것이 싸우는 데 도움될 것 같다. 직권상정되면 죽을 각오로 투쟁하겠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휘말려 타협하지 않았으면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시한 안으로도 민주당은 타협하면 안 된다”

“미디어법은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한 것이라는 게 뻔히 보인다”는 이씨는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미디어법을 모르거나 관심없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 극단 '걸판'이 트로트 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송선영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부터 촛불을 들게 됐다는 30대 김태훈씨도 “한나라당 태도를 보면 미디어법이 곧 직권상정될 것 같은데 대부분의 시민들이 미디어법이 불러올 해악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 의식이 깨어나길 바라지만 잘 안될 것 같다”고 밝혔다.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송선영

외국에서 유학중인 박노리씨는 집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국회에서 미디어법이 직권상정될 것 같다는 소식에 여의도로 달려왔다. “직권상정 이후에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다”는 박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일단 이번주에는 계속 여의도로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미디어법 반대 이유에 대해 “미디어법은 왜곡보도, 말바꾸기로 유명한 조중동에 방송을 팔아넘기려는 것 아니냐. 외국에서 공부할때도 국내 소식에 걱정이 많았다”고 답했다.

미디어법이 직권상정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시민과 어떻게 해야할지 현재로선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는 시민들. 직권상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지만 이들은 “이 싸움은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쉽게 물러설 수 없죠?”라는 사회자의 물음에 한목소리로 “예”라고 크게 외쳤다.

▲ '나츠'의 바위처럼 노래에 맞춰 대학생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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