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다. 7일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차은택 씨, 고영태 씨,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국회가 당초 증인으로 채택했던 최순실 씨 일가를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 출석하지 않은 주요 증인들에 대해 현재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상태다.

▲7일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증인선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일 청문회의 주인공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면, 7일 청문회의 주인공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 시작부터 쏟아지는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7시간 대통령은 (ㅇㅇ)을/를 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왔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의 똑똑한 국민들이, 지도자를 잘못 만나 고생하는 국민들이 요즘 이 퍼즐을 맞추고 있다"면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괄호 속의 내용 알고 계시냐"고 물었다. 김 전 비서실장은 "저는 실장으로서 그날 대통령께서 청와대에 계셨다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민석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의료진료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관저에서 일어난 일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비서실장이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느냐"고 재차 묻자 김 전 비서실장은 "공식적인 일은 알지만 관저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다"고 답변했다.

안민석 의원의 질문에 더해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이 "4월 16일 세월호 7시간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는데, 무슨 일 있었는지 조사는 하셨지 않았겠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그런 것은 경호실에서 관리하는 것이고 비서실은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김 전 비서실장은)역사와의 전쟁, 진실을 은폐하는 진실과의 전쟁, 책임지라는 국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사람"이라면서 "이제는 고해성사를 통해 무장해제 할 때가 됐다"고 진실 규명을 촉구했지만, 김 전 비서실장은 "국민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2014년 10월 27일 세월호 인양, 시신 인양은 정부책임과 부담이 되니까 하지 말라고 지시했느냐"고 물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는 실장이 지시하는 자리가 아니고 소통하는 자리"라면서 "그렇게 얘기한 적도 없고, 회의를 하면서 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도 가미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답변에 김경진 의원은 상기된 얼굴로 "제가 웬만하면 심한 얘기를 안 하는데, 김기춘 증인 당신은 죽어서 천당 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어린 아이들이 수장돼 시신이 돼 있는데, 정부부담 가중되니 세월호 인양을 최대한 늦춰야 된다는 말을 비서실장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전 비서실장은 "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면서 "저도 자식이 죽어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 인양을 하지 말라고 하겠냐. 그러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김기춘 증인께서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서 어떤 집무를 보고 있었다고 하면 비서실장이 모든 집무 내용을 알았어야 한다"면서 "근데 아까부터 질의에 대해 관저일 모른다고 하는데, 사사로운 일을 했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내실 일은 알지 못한다는 얘기"라면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관저에서 일을 많이 보셨다. 그날 오후 머리를 했다거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건 모른다"고 답변했다.

황영철 의원은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차은택 씨와의 사각 관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황 의원은 "최순실 씨가 차은택 씨에게 만나보라고 했고, 김기춘 증인은 대통령의 명령으로 차은택 씨를 만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그렇다면 최순실 씨가 대통령에게 차은택 씨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만나게 하라고 요구했고, 대통령은 이를 비서실장에게 지시하고, 대통령은 최순실한테 전화해서 차은택 보내도 된다고 보고까지 한 것"이라면서 "정말 어처구니없고 답답하고 참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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