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1일 아침부터 애초 개정안과 견줘 무척 달라졌다고 벅벅 우겼다.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를 2012년 말까지 유보한다고 했는데도, 민주당이 신문의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소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이후 직권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뭐 대단한 양보를 한 것처럼 온갖 생색을 냈다.

민주당 쪽에서 제대로 반박했다.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 새 지상파방송을 만들기 위해선 주파수가 필요한데 지금은 주파수도 없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술 변화, 방송환경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지상파방송을 새로 만드는 데 대단히 많은 비용이 들어 사업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사업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생색내기와 호들갑 떨기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문방위 나경원 간사가 미디어법 협상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며 21일 오전 의원총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애초 한나라당 안에서도 올 2월부터 신문의 지상파방송 소유에 대해서는 재고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던 터다. 주파수가 없어 새로운 지상파방송을 설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는 결국 기존 지상파방송의 소유, KBS2와 MBC 사영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는데다, 기존 지상파방송에 신문이나 대기업이 들어간다고 해도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펼치다 사기극으로 밝혀진 ‘일자리 창출’ 주장이 허구임을 스스로 확인사살 하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 금지는 양보가 아니라, 사기극의 일부를 접은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특히 종합편성채널이다. 한나라당은 대기업과 외국자본, 거대신문에 의한 종합편성채널 소유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종합편성채널은 온갖 특혜를 받고 있는데, 전국을 대상으로 한 지상파방송 대우를 받는 게 그 하나다. 프로그램 편성규제는 지상파방송과 견줘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공적인 의무는 거의 지지 않는다.

이 종합편성채널을 삼성과 현대, 롯데 등 거대 재벌, 이들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는 외국자본, 그리고 거대신문이 연합해 지배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자산규모 10조 이상 대기업과 신문은 종합편성채널을 30%까지, 외국자본은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자신들의 애초 개정안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나라당 애초 개정안과 달라진 건 없다!

예상은 적중했다. 직권 상정/날치기 통과를 위해 발표된 한나라당 최종안은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대기업/신문과 외국자본은 각각 30%,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해 애초 대기업/신문이 보도전문채널의 49%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던 것을 30%로 낮추고, 외국자본이 10%까지 소유하도록 해 놨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뒤통수를 휘갈겼다. 민주당과 협상 과정에서 제시한 2012년 12월 말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소유 금지가 아니라, 10%까지 소유하게 하고 경영을 유보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애초 한나라당 개정안과 견줘 단지 10%포인트 소유 비중만 감소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지역 지상파방송에 대해서는 10%까지 소유하면서 실질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해 놨다. 1인(특수관계인 포함) 소유지분 상한선은 현행 30%에서 49%로 높이려 하던 것을 40%로 바꾸었다.

‘조중동’을 위해 사전규제나 사후규제는 사실상 없다!

사전규제나 사후규제는 빈 껍데기로 만들어 놨다. 한나라당은 방송뉴스채널(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하는 신문의 경우 발행부수/유가부수 등을 공개하고, 1년에 두 번 구독률 조사를 통해 구독률이 25% 이하이어야 한다는 등을 사전규제로 내걸었다.(이것이 사전규제가 될 수 없음은 ‘해도 너무한 안상수 원내대표의 쌩쇼’를 볼 것). 발행부수/유가부수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는 하지 않고 구독률 조사로 대체하겠다는 속보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구독률 기준이 애초 민주당에 제안했던 20%에서 25%로 높아졌다. 전국 종합일간지 시장에서 조중동의 구독가구 점유율이 20%를 웃돌고 있는 사정을 감안해 25%까지 높여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한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 상한선 30% 도입 제안은 수용되지 않은 채 ‘사기극’으로 끝났다. 한나라당이 말하는 시청자점유율 상한 30%는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하는 독일식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이 아니라 평균 시청점유율이 30% 이상인 방송뉴스채널을 신문이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2008년 MBC의 14.06%, SBS의 14.05%를 합한 시청점유율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의 말처럼 “누구든 들어와서 여론을 독점하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해놓고서는 한나라당은 ‘미디어다양성위원회를 설치해 영향력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국민을 깔보는 게 그 끝이 없다.

한나라당 최종안의 ‘천기누설’=10% 소유해도 지배․경영 가능하다!

살펴봤다시피, 한나라당 최종안은 애초 개정안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온갖 사탕발림과 사기술을 펼치는 과정이 그렇게 매끄러울 리는 없다. 한나라당은 작은 변화를 주면서 그동안 자신들이 사기를 쳐온 결정적 사실을 스스로 폭로하고 말았다. 일종의 ‘자뻑’이다. 뭔고 하니, 그동안 소유 비중이 49%나 50%는 돼야 지분 참여에 그치지 않고 지배를 통해 경영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 입장이었다. 1인 소유 상한선도 현행 30%에서 49%까지 높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런데 소유 비중이 10%만 돼도 사실상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다고 한나라당이 최종안에서 인정했다. 지역 지상파방송에 대해 신문과 대기업이 10% 소유는 물론 이 소유에 기초한 경영까지 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선진당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그런 것이든,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친박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그런 것이든, 한나라당이 애초 개정안에서 낮춘 소유 비중의 하향조정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 10%만 보유해도 사실상 지배․통제할 수 있는데, 그 비율이 20%이든 30%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나라당의 이런 대국민 사기극 속에서 이른바 친박 의원들은 자기들이 요구한 대로 신문과 대기업의 보도전문채널 소유 상한선이 49%에서 30%로 낮아졌다고 직권 상정되는 한나라당 최종안에 찬성투표할 것인가? 이 요구 하나 달랑 수용됐다고 찬성투표 할 만큼, 친박 의원들의 양심은 딱 그 정도 수준일까? 그들은 애초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 폐지나 외국자본의 방송뉴스채널 소유에 대해 별다른 반대도 하지 않았던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는 대신,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하는 민주당, 기꺼이 제3차 총파업에 나선 언론 현업인들, 현 정부의 방관 정책에 분노에 떠는 시민들과 함께 ‘영구집권 음모 분쇄-정치적 자유주의 사수-민주주의 사수’를 위한 길고 험난한 싸움을 하는 게 정도일 듯싶다.

이상으로 요컨대 요체는 대략 이렇다.
△ ‘거대신문-대기업-외국자본’ 삼각동맹
△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장악
△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의 초토화
△ 허울뿐인 사전규제와 사후규제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