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양지 기자] 지난달 30일 화재로 인해 서문시장은 4지구 839개 점포가 전소됐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90여 대, 소방관 800여 명을 투입해 화재진압에 나섰지만 상인회 추산 1000억 원에 육박하는 피해를 남겼다.

사건 당일 CCTV 영상에 따르면 불은 미세한 불꽃이 포착된 지 2분여 만에 여러 점포로 번졌다. 소방당국은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구조상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던 탓에 소방관이 소방 호스를 들고 현장에 직접 들어가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의류, 침구류 등 가연물질이 많은 4지구에서 소방관의 직접 진화로 화재를 잡기는 역부족이었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은 서문시장 뿐이 아니다. 노점과 매대로 좁아진 골목길, 늘어놓은 물건들로 가려진 소화전, 낙후된 시설 등은 다수의 전통시장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이다. 특히 전통시장 내에 야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큰애기야시장은 지난 11월 11일 개장한 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의 발길을 끌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7시~새벽 1시 상가 골목 가운데 줄지어 설치된 이동식 야시장 매대로 인해 만일 이 시간대 화재 발생 시 소방차는 현실적으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서문시장 화재 소식을 접한 해당 골목 상인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골목 안쪽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여기는 옷가게가 많은 골목인데 야시장이 열리면서 가스버너도 쓰고 토치도 쓰고 한다. 장사도 월요일 빼고 매일 하지 않나. 사실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이 골목도 예전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당연히 걱정된다”며 “야시장이 끝나면 공영주차장에 매대를 옮겨 놓는데, 가스 밸브를 열어 놓고 가기도 하고 위험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상가 아케이드의 소방차 진입 어려움을 대비해 아케이드 입구에 송수구가 있고 야시장 매대마다 간격을 두고 소화기가 설치돼 있다”며 “소방차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경우 적재된 소방호스를 펴서 들고 뛰어야 한다. 호스를 깔면 진입 자체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으리라 본다”며 “야시장이 생긴 후 이 부분을 감안하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방서 관계자는 “야시장 매대가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골목 안쪽에 불이 난다면 평소보다 화재 진압 시간이 지연되는 건 사실”이라며 “야시장이 생긴 후 야간 순찰을 다니고 있다. 우려가 되지만 큰 불이 나는 등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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