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만 해도 새누리당 비박계는 7일 오후 6시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 로드맵을 지켜본 후 탄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3일 232만 시민의 촛불을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을 돌렸다. 비박계가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하자, 친박계 일부에서도 탄핵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사실상 확정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6일 박 대통령이 제4차 대국민담화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차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조기 퇴진을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마지막 반전을 노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친박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4차 담화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앙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의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6일자 지면에 <이제 마지막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시론을 게재했다.

해당 시론에서 중앙일보는 "어차피 물러날 수밖에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혔던 마당에서 정국의 주도권은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들에 있었다"면서 "이런 구도를 활용해 박 대통령이 형식적으로 나라의 '겉테'를 두르되 야당들이 국정의 '알속'을 차지하며 사태를 수습해 가는 것을 기대했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그 절묘한 타협책이 국회추천총리안이었다"면서 "그런데 야당들은 어찌된 셈인지 이를 단숨에 거절하고 크게 환호 받지도 못하면서 광장 시위에 기대기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은 차치하고서라도 야당이 국정수습을 위해 박 대통령의 국회추천총리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결국 일련의 국정 혼란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결국 국정혼란과 초유의 헌정유린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앙일보는 "만약 야당이 최순실 등의 국정농단을 미리 알고 현 정권의 비리를 규탄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으나, 권력의 공작과 탄압으로 방해받아 오다가 이 사태로 번졌다면 야당의 일방적 몰아치가 용납될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부디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틀어박혀 한 몸으로 난국 수습 방안 찾기에 날밤을 세우기 바란다. 이것이 인내하고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의 참 바람임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시론처럼 국민들이 난국 수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난국 수습의 첫걸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그러나 지난 1~3차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선의로 한 일'이라면서 자기방어하기에 급급했고, 조기 퇴진을 언급하면서도 즉각적 하야는 입에 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이렇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야당에게 탄핵 밖에 방법이 없다.

중앙일보는 "이제 탄핵 정국의 혼미와 불확실성을 피하고 국정 중단 없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대안밖에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담화를 발표해 자신의 책임과 특검 수사 수용 의사, 그리고 퇴진 시기를 보다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거국중립내각의 구성과 국회추천총리안을 다시 제안하기 바란다"면서 "만약 이러한 제안마저 정치적 합의와 단결에 이르는 정치인들의 겸손과 지혜를 얻어낼 수 없다면 이제 모든 정치 평론과 평화시위에 걸 수 있는 희망은 아무것도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미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야당은 과거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했고, 국회 추천 총리를 임명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야당의 요구에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으로 답했다.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또 야당이 처음부터 탄핵을 주장한 것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며 2선 후퇴를 먼저 얘기했다. 오히려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작금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이다. 이제 와서 야당이 박 대통령의 무엇을 믿고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겠는가.

결국 탄핵은 박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다. 검찰조사, 최근 이뤄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의 탄핵의 근거는 늘어만 갈 것이 확실시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핵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즉시 하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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