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조선일보가 박 대통령과 보수세력 사이에 '선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어떻게든 보수세력을 살려내 보수재집권 또는 5년 후 보수정권 창출을 노리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자 조선일보에는 <'훌륭한 야당'으로 가는 길>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이 칼럼에서 조선일보는 "보수는 잘못이 없다. 잘못 선택한 기수가 보수에 먹칠한 것"이라면서 "새 기수 뽑고 권토중래 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에서 보수가 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 한 명이 보수 전체를 욕보였을 뿐, 사실 보수세력은 문제가 없었다는 뉘앙스다.

▲6일자 조선일보 칼럼.

그러나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면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박근혜 정권이 창출되도록 지원하고, 직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어낸 이들이 보수세력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 의원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대화내용을 전하면서 "5년 후 정권을 되찾아올 훌륭한 야당이 되는 것이 보수가 살고 새누리가 사는 길"이라면서 "지금 민주당이 야당 해온 것을 보면 그들이 정권을 잡아도 중심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마치 지금의 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정신만 차린다면 빠른 시간 내에 보수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다는 전망이기도 하다.

해당 칼럼은 "모두들 보수는 죽으라며 마치 보수 자체에 결함이 있는 양 자해하느라 야단이지만 보수는 잘못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이 사이비 보수"라면서 끝을 맺는다. 조선일보는 마치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된 것이지, 보수세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보수세력을 대표할 기수를 잘못 선택한 것이라는 변명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대표자를 정하는 것은 본인들의 책임이다. 곧 박근혜 대통령을 자신들의 얼굴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보수세력 전체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조선일보 또한 보수언론의 기수로서 박 대통령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선일보가 제대로 된 보수언론이라면 박 대통령을 만드는데 일조한 보수세력을 감싸고 돌 것이 아니라, 자신들부터 바라보는 게 우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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