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사태에 있어 JTBC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손석희 앵커가 있다. 광장에서 JTBC 기자들은 시민들에게 일종의 아이돌이었다. 지상파 방송 기자와 카메라가 집회 현장에서 쫓겨나고, 방송사 로고를 떼고 취재를 해야 하는 것과는 엄청난 온도차를 보인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JTBC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실을 당당히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거는 없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제는 사라진 MBC의 향수를 바로 JTBC <뉴스룸>을 통해서 달래고 있을 것 같다. 마침 MBC <뉴스데스크>의 앵커였던 손석희 앵커가 차분하고 굳건한 모습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네 없는 놀이터. 의도치 않게 현 시국의 복선이 되기도 했다/ JTBC 뉴스룸 [밀착 카메라] 갈무리

다소 과대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뉴스룸>의 코너들을 보면 과거 <뉴스데스크>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매번 화제를 일으키는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클로징 멘트의 확대발전된 형태가 아닌가 싶고, 기자 세 명이 번갈아 보도하는 밀착카메라는 현재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를 상징하는 카메라출동을 분명 연상케 한다.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밀착카메라이다. 6차까지 이어진 광화문 촛불집회. 날씨와 횟수에 상관없이 대통령의 반응, 국회의 태도에 따라 광장은 여지없이 메워지고 함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뜨거운 열기는 그 함성 안에 있던 사람은 당연히 체감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그저 화면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현장을 보도하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관용적으로 ‘뜨겁다’라는 표현만 써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관용구라는 것이 괜히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군중들 속으로 실제 온도계를 들고 들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JTBC <뉴스룸>의 밀착카메라였다. 그렇게 들고 간 두 개의 온도계로 측정한 광장의 온도는 기상청에서 관측한 온도보다 무려 6도가 더 높았다. 기상청 관측 온도가 14도였고, 밀착카메라가 잰 것은 20도였다.

JTBC 뉴스룸 [밀착 카메라] 갈무리

우리가 놀라고 세계도 함께 놀라고 있는 광화문 촛불집회는 누구라도 취재하고픈, 놓쳐서는 안 될 현장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당연히 모든 매체가 집회 때마다 기자들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온도계를 들고 가는 엉뚱함 혹은 사실에 대한 집요함은 JTBC뿐이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이 나면 확인하는 것. 다시 말해서 기자의 기본대로 할 뿐인데 특별해진 것이다.

그러나 밀착카메라가 광화문을 취재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뉴스도 경쟁이라 당연히 사람들의 최대관심사에 집중해야 하는데, 밀착카메라는 시국과 현안에 거리를 두고 있다. 좀 의아한 일인데 그 이유를 <뉴스룸> 이후 페이스북으로 중계되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앞서 온도계 건으로도 알 수 있듯이 밀착카메라의 시선은 남달랐고, 여전히 그런 시선으로 현 시국을 취재하고 싶은 의욕도 있고 요구도 크지만, 이런 때일수록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인 작은(?) 뉴스,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는 뉴스를 누군가는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쉽지만 뉴스도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서 생산되는 때에 어려운 선택이다.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밀착카메라의 마이웨이에는 우공이산의 우직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뉴스브리핑, 팩트체크 그리고 비하인드 뉴스 등 <뉴스룸>의 인기 코너들 못지않게 밀착카메라가 좋다. 개인적 취향이겠지만 마지막 멘트 후에 앵글 밖으로 급히 도망가 버리는 액션도 참 마음에 든다.

JTBC 뉴스룸 [밀착 카메라] 갈무리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주일에 네 번을 박소연, 고석승, 안지현 세 명의 기자가 번갈아 취재하고 있다. 모든 취재가 하나의 현장에 도착해서 끝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이 밀착카메라를 보면 기사 하나를 위해서 하루 종일, 전국 곳곳을 뛰어다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스룸>의 모토가 ‘한걸음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면 밀착카메라는 ‘한걸음 더 뛰는’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그 더 걷는 땀의 노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고생은 얼마든지 하겠지만 아이템을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얼마 전 소셜라이브에 출연해서는 시청자 제보를 해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엄중한 시국에 어쩌면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묵묵히 한 걸음 더 많이 걷는 밀착카메라를 응원하고 싶다. 제보도 좀 하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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