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 번째 파업이다. ‘재벌방송’ ‘조중동방송’ 등이라 불리며 여론 다양성의 훼손, 미디어 공공성의 추락 등 사회의 재앙으로 예고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이 여전히 국회를 망령처럼 떠돌고 있다. 언론노동자는 물론, 시민사회, 지식인, 게다가 시민들까지 반대가 최소한 공히 60%는 넘는 다는 결과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한나라당의 집착은 지독하다 못해 섬뜩하다.

이에 대응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지난 해 12월에 이어 올 2월에 이어 3번째 파업을 선언했다. 기세는 변함없다. 해는 변했고, 날은 뜨거워졌지만 언론노조는 변치 않고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 7월 20일, 언론노조 총파업을 하루 앞둔 파업전야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 메인뉴스. KBS, SBS는 총파업 소식 조차 보도하지 않았으며, 그나마 MBC는 미국의 '폭스' 사례를 통해 언론관계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위부터 KBS, MBC, SBS)ⓒ KBS, MBC, SBS 메인뉴스 캡처
그러나 언론노조가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을 ‘완전 폐기’ 시키기 위한 총파업에 돌입하기까지 채 10시간도 남기지 않은 7월 20일 밤 8시~9시, 국회와 여의도 앞의 후끈한 열기가 TV에서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는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국회를 머리기사로 전하였다. SBS <8뉴스>의 경우 쌍용자동차 공장의 공권력 투입을 헤드라인으로 다룬 이후 ‘미디어법’에 대해 보도하였다.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는 여전한 여야 간의 입장 차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하겠다’는 발언을 둘러싼 각가지 전망과 예측에 대해 전하였다. 공개되지도 않은 한나라당의 ‘수정안’을 갖고 진행되는 여야 간의 비공개 협상을 예측하기도 하였다. ‘미디어법’을 둘러싼 방송3사의 교집합은 딱 여기까지였다.

SBS <8뉴스>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KBS <뉴스9>의 경우 그나마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 여부를 중심으로 언론관련법의 핵심 쟁점에 대해 짚어보는 정도로 손톱만큼의 체면을 살렸을 뿐이다.

더욱이 SBS와 KBS에는 언론노조 총파업 소식이 없었다. 11년만의 지상파 3사의 동시파업이건만, MBC <뉴스데스크>만이 그것도 단신으로 언론노조 총파업 소식을 전했을 뿐이었다. MBC만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에 따라 MBC 노조도 내일 아침 6시부터 전면 제작 거부에 돌입할 예정입니다”라고 덧붙였을 뿐이다. 심층적인 보도 역시 그나마 MBC <뉴스데스크>만 ‘심층취재’라는 꼭지에서 미국의 ‘폭스뉴스’ 사례를 들어 방송에 대한 진입 장벽 완화에 의한 폐해를 설명했을 뿐이었다. MBC는 “자본력을 앞세운 거대 미디어의 출현. 그러나 사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언론은 다양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습니다”라며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다.

분명한 건,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해 ‘완전 폐기’를 외치고 있고, 민주당 역시 ‘단식’까지 감수하면서 언론관계법의 문제를 역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여론 또한 여론다양성이 흔들리고, 미디어의 공적 가치가 자본에 장악될 가능성이 농후한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어찌하여 마땅히 발언해야 할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차분하다 못해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KBS, MBC, SBS 각 방송사에 따라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여론에 비하면 기대치는커녕 36.5도의 온도조차도 과연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오히려 지상파 3사 뉴스는 용산참사 반년의 처참한 의미에도,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도, ‘인권현장을 모른다’는 인권위원장이 임명되는 블랙 코미디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짐짓 모른척하였다. 또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발언을 하지 못했다. 이 모든 사회의 상식 밖의 폭력과 야만에 대해 KBS도 MBC도 SBS도 언론으로서의 제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사실이다.

파업전야, 지상파 방송 뉴스가 이미 예견되는 미래에 대한 서글픈 데자부가 될 것인가. 혹은 미디어 재앙의 예고편이 될 것인가. 아니면 힘있게 ‘보도투쟁’을 외치고, 여론다양성과 미디어공공성의 가치로 시청자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총파업의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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