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방지법을 가로막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언론·시민단체들의 압박이 본격화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KBS양대 노조·박근혜퇴진성남국민운동본부 등은 5일 오후 3시30분 성남시에 위치한 새누리당 신상진 미방위원장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언론장악방지법 가로막는 신상진 미방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개정안 상정·통과를 촉구했다.

MBC는 2014년 10월 31일 기자·PD 약 80명에 대한 인사 발령을 단행했다. 당시 인사는 취재 및 제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발령으로 보복인사 논란이 일었다. 당시 MBC PD로 근무했던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신상진 위원장 지역구 사무실 건너편에 자리한 MBC 소유 빌딩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MBC 인사에 대해 “MBC 대학살이 일어났었다. 기자·PD 등 공정 보도를 주장했던 인원들이 취재와 제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발령났다”며 “언론노동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5일 오후 3시30분 새누리당 신상진 미방위원장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열린 <언론장악 가로막는 신상진 미방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전국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김 위원장은 “2012년 KBS·MBC·YTN 등이 파업을 한 이유는 모두 공정보도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며 “(신상진 위원장 지역구) 여기에 선 이유 또한 공정보도를 억압하는 제도적 쇠사슬을 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상진 위원장을 향해 “미방위원장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누리당의 공약이기도 한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안’을 상정하는 것”이라며 “(신상진 위원장은) 미방위원장으로서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명확하게 수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신 위원장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남 시민들과 함께 더 큰 횃불로 이 곳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은 오는 8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3일 230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 당시 시민들은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 모여 야유와 질타를 퍼부었다. 시민들은 KBS 앞으로 지나가면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KBS노조 이현진 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화를 한 번 내면 정말 무섭구나 뼈저리게 느낀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우리 KBS에게도 들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국민들이 KBS에게 화를 내는 것은 ‘주인이 국민인데 자꾸 청와대를 바라보냐’는 준엄한 꾸짖음”이라며 “국민들의 횃불은 ‘공영방송지배구조’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상진 위원장을 향해 “신 위원장이 12월9일 전에 해야 할 일은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장에서 통과시키는 것과 탄핵표결 찬성하는 것 두 가지”라며 “둘 중 어느 것이라도 외면한다면 신 위원장은 성남시민과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중인 전국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

언론노조 성재호 KBS본부장은 “운명의 일주일이 왔다. 반드시 이번 주 안에 박근혜를 탄핵시켜야 한다”면서도 “박근혜만 탄핵시킨다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 박혀있는 이른바 ‘박근혜 체제’, 박근혜가 임명한 낙하산 싹다 뽑아내지 않으면 절대로 ‘부정부패와 무능’ 청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새누리당 미방위 의원들이 언론 공범들을 비호하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고 비판하며 “법안이 상정됐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심사조차 안하고 있는 것은 신상진 위원장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장이 이번 주 안에 상임위를 개최해서 해당 안을 법안 심사 소위에 넘기도록 의결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횃불들고 찾아오겠다”고 경고했다.

▲'방송법 개정하고 언론장악 막아내자' 구호 외치는 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의 조합원들.

박근혜퇴진 성남국민운동본부 장건 상임공동대표는 87년 당시 신상진 위원장과 민주화운동을 함께한 사연을 소개했다. 장 대표는 “(신 위원장은) 의과대학 학생으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학교에서 제적 당하고 성남으로 와서 위장취업을 한 노동자였다”며 “나와 함께 운동을 하다가 다시 늦게 학교에 복학해서 의사가 됐고, 민중병원을 열어 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신 위원장이 나를 찾아와 ‘한나라당으로 가서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얘기했다”며 “그가 변절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신 위원장에 대해 “민주주의를 팔아서 자기 권력을 만들어가는 이율배반적인 인간”이라며 “올해 11월 달에는 매주 화요일마다 (신 위원장 사무실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 위원장을 향해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하루 빨리 정계를 은퇴하고 본업인 의사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이어 “(신 위원장이) 박근혜 탄핵과 함께 언론장악 방지법을 상정해서 통과시킨다면, 지금가지 민중을 팔아서 권력을 취한 죄 값을 그나마 갚는 기회”라며 “하늘이 준 기회를 신상진은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단체시국회의 및 박근혜퇴진 진주비상시국회의’는 6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언론장악방지법 가로막는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 미방위 상정 및 통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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