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의 대한민국은 전 지구촌의 온갖 뉴스를 다 물리칠 만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 점점 증가하는 촛불집회에 전 세계가 놀라고 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자랑스럽지만 그 동기는 너무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이 아마도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민중의 바다를 이루게 한 2016년의 대한민국의 사건 중 빠뜨릴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일 것이다.

시작할 때부터 논란과 반대가 격렬했던 역사교과서는 지금 촛불민심의 힘을 받아 반대가 67%까지 늘었다. 사실 그것만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여론이 변화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2015년 갤럽이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는 반대 47%, 찬성 36%였다. 1년 전만 해도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고민이 지금처럼 치열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 1TV 신개념 문화재 배틀쇼 <천상의 컬렉션>

또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가 67%밖에 안 된다는 것도 아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결국 학생들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가 역사에 대한 인식과 지식을 더 알아야 필요를 강변해주는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역사 사실을 틀리게 말할 정도면 역사교육의 필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삼스럽게 역사학 강의를 들을 수도 없고, 학생이 아닌 이상 역사를 접하기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사실 티비에서 찾을 수 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KBS에서는 <역사저널 그날>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치고는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어설픈 예능보다도 더 많고, 고정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KBS 1TV 신개념 문화재 배틀쇼 <천상의 컬렉션>

그에 힘입은 것이었을까? KBS에서 새로운 역사 프로그램이 선을 보였다. 11월 27일과 12월 4일 두 번에 걸쳐 방영된 <천상의 컬렉션>인데, 얼핏 보면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진품명품>을 떠올리게 한다. 분명 비슷한 모습은 있지만 <천상의 컬렉션>은 <진품명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단 규모가 다르다.

무엇보다 교양 프로그램을 예능으로 풀어낸 방식에 주목하게 했다. 그 덕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시청자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훨씬 더 많이 갖췄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세 명의 유명인사가 무대에 등장해 자신이 소개하고자 하는 문화유산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 프로그램의 비밀병기가 등장한다.

커다란 무대를 모두 활용하는 컴퓨터그래픽이 눈부시게 전개된다. 비록 2D지만 단편적인 영상에 활력과 현재성을 부여함으로 해서 보는 이를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비록 역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히려 아니어서 더욱 호기심을 갖게 할지도 모른다. 1,2회에 걸쳐 무대에 오른 사람은 총 여섯 명으로 장진 감독, 모델 이현이, 배우 안내상, 개그맨 서경석, 가수 배다해, 드라마 정도전의 작가 정현민 등이었다.

KBS 1TV 신개념 문화재 배틀쇼 <천상의 컬렉션>

<천상의 컬렉션>이라는 이름답게 이들을 호스트라 불렀다. 다시 말해서 역사 호스트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특히 이들이 역사 전문가도 아니면서 관객과 시청자에게 흥미와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해당 문화유산을 설명하고 접근하는 신선한 어법에 있었다.

그런 방식을 통해서 안견의 몽유도원도, 신라의 작은 무덤에서 발굴된 황금보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고종의 어새, 김홍도의 사계풍속도병, 신안 유물선에서 발견된 접시, 이성계의 발원사리함 등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파일럿이지만 정규 편성을 백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 조속히 정규 편성이 되어 하루 빨리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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