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7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약칭 문방위) 회의를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이는 6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인 ‘언론관계법’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여의도통신
문방위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는 이날 오후 소회의실에서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 우리가 할 것은 다했다”면서 “국회의장이 지난 3월 초에 국회 본회의에서 직권상정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논의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나 의원은 “간사협의 등 야당과의 협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은 언론관계법 수정안을 배포했다.

수정안에서 한나라당은 영국의 ‘20:20’ 규제 방식을 도입, 사전규제 측면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20:20’ 규제는 “발행부수 점유율 20%가 넘는 전국신문기업이 채널3면허 보유 기업의 지분을 20%이상 보유를 금지”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은 이는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의 지상파 진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이에 덧붙여 “지상파지분 20%라는 점은 동일하나 시청점유율제한까지 보완되어 더 강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한 수정안에서 사후규제 방안으로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경영권의 경우 2012년 12월31일까지 유예,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 상한 30%로 제한 등을 제시했다. 시청점유율 제한 규정에 대해 나 의원은 “강력한 사전 규제에 이어 사후 규제를 통해 여론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청점유율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청점유율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나라당은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청점유율 조사 및 산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채수현 전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한나라당의 사전규제안은 진정한 ‘사전규제’로 볼 수 없으며, 사후규제 또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채 전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한나라당의 사전규제 방안대로 하더라도 조중동이 지상파에 진출하는 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현재 일간지 신문을 비롯해 무료신문, 인터넷 신문 등을 포함하면 17%가 정도여서 지상파에 진출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채 전 정책국장은 “한나라당은 수정안에서 대기업 및 일간신문 또는 뉴스통신은 최다액 출자자 또는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해하는 자가 될 수 없도록 경과조치를 둔다고 하지만 주식을 취득할 수 있어 실제적으로는 ‘주주제안권’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시청점유율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방통위와는 별도의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자칫 방통위에 맡겨둘 경우 정치권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 원안에 야당과의 협상을 거쳐 수용할 것은 수용한 뒤 내놓는 것이 수정안”이라면서 “아직 방송 소유지분 등 야당과의 협상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다”라고 수정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문방위 중단 선언은 민주당 등 야당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직권상정’을 강행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 의원의 문방위 중단 선언에 대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마침내 국회를 한나라당 일당 독재식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 및 야당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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