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과 6월 대선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 대통령 탄핵이 점차 어려운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새누리당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정은 지난 주말 국가 원로들의 의견을 듣고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최소한의 대선 준비기간 확보를 위해, 탄핵 심판의 종료시점과 비슷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는 일정이라는 데 당 소속 의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 모습. 정진석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4월 조기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함에 따라 야당이 추진해오던 박 대통령 탄핵에 차질이 예상된다.

야3당과 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쳐도 171석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을 위해서는 20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당으로서는 29석의 의석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새누리당 비박계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실제로 비박계 내에서도 탄핵을 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비박계는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박 대통령의 4월 조기퇴진이 여야 협상으로 합의가 이뤄지면 탄핵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1일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4월말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을 하지 않고 합의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4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함에 따라 비박계가 탄핵 반대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에 대한 친박과 비박 사이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변수는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섣부른 비박과의 협상 시도가 불러온 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추 대표는 어제 야3당 대표 회동에서 "협상은 없다"던 결의 내용을 깨고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1일 오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회동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이 협상에서 추 대표는 "탄핵과 동시에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다"면서 "법적으로 대통령의 사퇴는 늦어도 1월 말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추 대표가 1월 말까지 박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 발의를 주장했던 추미애 대표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앞에서는 동조해서 탄핵하자고 하고, 또 탄핵의 대상이고 해체의 대상인 대통령과 새누리당 못 만난다고 하면서 자기는 왜 혼자 이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은 윤관석 수석대변인의 백브리핑을 통해 "탄핵을 12월 2일 들어가면 1월 말 사퇴 시한을 법적으로 본다는 것"이라면서 "탄핵소추 사유서를 콤팩트하게 낼 것이기 때문에 협상이 아니라 탄핵에 들어가면 법적으로 어차피 1월 말이 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의야 어찌됐든 추 대표의 1월 말 퇴진이라는 발언이 새누리당의 4월 퇴진 결의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1월 퇴진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제1야당인 민주당이 협상의 여지를 줬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날 새누리당 의총결과로 인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어떤 조기퇴진 로드맵을 제안하느냐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정국 주도권을 정부여당에게 뺏긴 셈이다. 박 대통령 탄핵이 점차 가시밭길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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