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오는 21일 세 번째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17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언론노조 각 지본부 집행 간부들이 모였다. 총파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형오 국회의장의 언론관련법 직권상정을 반대하기 위해 모인 노조원들의 얼굴은 제법 결연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언론악법은 저지를 넘어 이번 회기에 아예 폐기해야 한다. 오는 21일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갈망하는 모든 언론노동자들과 이 자리에 다시 모여 날치기 상정을 저지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국회의장은 밀어붙이면 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악법을 통과시킨다면 반MB, 정권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다.”

▲ 언론노조가 17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관련법 직권상정에 반대하고 있다. ⓒ송선영

노종면 YTN 지부장도 “언론악법은 단순히 언론을 장악하려는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틀어쥐려는 대한민국 장악법”이라며 “모든 것을 내걸고 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 노조원들과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국회를 향해 언론관련법 반대 의지를 담은 3보1배를 시작한 오후4시40분, 빗방울은 굵어지기 시작했다. 국회를 향해 몇 걸음 옮겼을까, 경찰은 경찰 병력으로 국회로 향하는 길을 봉쇄하면서 언론노조의 3보1배를 막았다.

언론노조가 국회행을 포기하고, 여의도 주변을 돈 뒤 마지막으로 KBS 쪽을 행하기로 하자 경찰의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당초 국회를 향하는 길목을 막던 경찰은 인도가 아닌 도로 한 쪽을 내어주며 주변 교통을 정리해주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했다.

▲ 언론노조가 김형오 국회의장의 언론관련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며 3보1배를 하고 있다. ⓒ송선영

오후5시30분이 지났을 무렵,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거세졌다. 더욱 굵어진 빗방울은 노조원들이 입은 우비가 무색할 정도로 노조원들의 온 몸을 흠뻑 적셨다.

3보1배를 시작한지 1시간30분이 지난 오후6시15분, 노조원들은 KBS앞에 도착했다. 언론노조에서 탈퇴한 상태이지만 언론관련법에 맞서 함께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한 KBS노조와 KBS 사원행동 관계자들이 나와 노조원들을 맞았다.

최상재 위원장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1년 넘게 언론악법을 막기 위해 싸웠지만 지금도 (한나라당은) 철폐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힘차게 싸워 나갈 때, KBS, 동지들의 마지막 힘이 필요 하다. 국민들과 함RP 손을 붙잡고 싸워 나간다면 이길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KBS노조를 대표해 발언한 최재훈 노조 부위원장은 언론노조와 함께 언론관련법을 저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여론 다양성을 보장받고 공정 언론을 쟁취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며 “KBS노조도 비대위원회 회의를 열어 총파업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노조와 한 공간에 있지 않지만 미디어악법을 저지하는 데 있어 연대해 나가겠다”며 “가열찬 투쟁을 같이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KBS노조 최재훈 부위원장이 3보1배를 마치고 KBS에 도착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에게 물을 건네고 있다. ⓒ송선영

언론노조는 이날 ‘국민과 함께 언론악법을 저지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언론악법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장기집권 토대 구축을 위해 만든 법으로 모든 언론을 장악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고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는 치명적인 흉기”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국민들을 향해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직권상정을 막아내고, 언론악법을 폐기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통한 장기집권 음모를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보여달라”며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모여 달라고 호소했다.

언론관련법 저지를 위한 언론노조의 세 번째 싸움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총파업 투쟁으로 언론관련법을 저지한 바 있는 언론노조가 이번 투쟁을 통해 저지를 넘어 그들이 원하는 ‘폐기’를 이끌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총파업을 며칠 앞둔 지금 시점에서 여유있어 보이는 최상재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의 얼굴을 보면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언론노조의 불패신화가 다시 떠오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오히려 조급해 하며 걱정하는 것은, 총파업에 돌입하는 언론노조가 아니라 그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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