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 공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와 관련해 ‘탄핵 회피용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MBC는 이와 관련 노골적으로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박근혜 감싸기’식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KBS·MBC 내부에서는 지탄의 목소리가 일었다.

MBC<뉴스데스크>는 3차 담화 보도에서 앵커 멘트·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박 대통령 감싸기’에 치중했다. 앵커는 톱뉴스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국회결정에 따라 물러나겠다">(김세로 기자)에서 “박 대통령이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사실상의 하야 선언을 했다”고 멘트했다. 관련 발언에 대해 해석이 나뉘고, ‘탄핵 피하기용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앵커가 ‘사실상 하야 선언’으로 규정한 것이다.

<뉴스데스크>의 일방적인 ‘대통령 비호’는 2번째, 3번째 보도에서도 이어졌다. 앵커는 <박 대통령 "사익 추구 안 해, 추후 경위 밝히겠다">(2번째, 정동욱 기자)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다시 사과하면서, 자신은 사익을 추구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다”며 “감정표현은 최대한 자제한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에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어 사건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29일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정동욱 기자는 리포트에서 “굳은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박 대통령은 백번이라도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고 깊이 사죄했다”며 “그러면서 사죄로는 국민들의 분노를 풀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 박 대통령이 관련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깊이 사죄’,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등 박 대통령의 발언만을 고스란히 전한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박 대통령, 고심 끝 결단 "최소 업무만 소화할 것">(3번째, 박성준 기자)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박 대통령이 3차 담화문을 내놓게 된 배경을 전했다. 박성준 기자는 리포트에서 “촛불집회를 통해 표출된 민심과 정치권의 탄핵 추진, 그리고 국가 원로들과 친박계 중진들의 고언까지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론을 내렸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는 상황에서 퇴임 이후에 대한 미련없이 국민에 대한 감사의 뜻만 짧은 담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이어 “하지만 갑자기 하야하게 될 경우, 두 달 만에 대선을 치르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생각이어서, 즉각 퇴진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박 대통령은 국정이 중단되지 않고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만을 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정마비 사태의 원흉인 박 대통령이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며 혼란을 부추긴 상황을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일방적으로 옹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이호찬 민실위 간사는 29일 <뉴스데스크> 3차 담화 보도 관련 “대통령 발언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고, 탄핵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며 “(뉴스데스크는) 톱뉴스에서 사실상 하야를 선언했다고 규정했다. 이런 앵커 멘트는 뒤에 이어진 뉴스랑도 안 맞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C가 여전히 청와대 방송이라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뉴스데스크>가 청와대 관계자 말을 실어 보도한 것에 대해 “MBC의 보도국 간부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잠깐 잠깐 뉴스의 변화는 있을지 몰라도, 청와대 방송을 피하기 어렵다는 걸 확인한 계기”라며 “MBC내부에서도 보도본부장 등에 대해 사퇴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KBS<뉴스9>도 <뉴스데스크>와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 감싸기’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뉴스9>는 3차 담화 관련 톱뉴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고민한 결과라며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전격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퇴진문제를 의회에 떠넘긴 것에 대해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 당장 내일(30일)이라도 물러나겠다는 입장”이라고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29일 KBS<뉴스9> 화면 갈무리.

앵커는 <“촛불 민심·탄핵 임박에 벼랑 끝 선택”>(3번째, 최동혁 기자)에서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사실상 조기 하야 수용입장을 밝혔다”며 “촛불민심이 전국을 뒤덮고 국회의 탄핵 표결까지 임박하는 등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에서 더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멘트했다. <뉴스데스크>와 마찬가지로 ‘탄핵 피하기용 꼼수’라는 지적 대신, ‘조기 하야 수용’으로 풀이한 것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정수영 공추위 간사는 29일 <뉴스9> 보도와 관련 “조합 긴급 성명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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