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재벌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기록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가를 지불하고 삼성 현대 롯데 한화 CJ 등 재벌이 얻은 특혜 내용은 검찰의 공소장이나, 야당의 탄핵소추안에서 확인되고 있다.

KT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다. 최순실 씨와 그의 측근이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사익을 추구하는 과정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기획단장을 구속 기소하며 차은택 씨와 최순실 씨가 측근을 KT에 채용되도록 하고 광고 일감을 몰아주는 데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T가 이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는 불분명하다. 대신에 권력의 강요에 ‘호구 잡혔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연합뉴스)

그러나 KT가 박근혜 정권에게 해만 입은 피해자인가라는 문제는 따져봐야 한다. 준 게 있으면 당연히 받은 게 있기 마련이며 대기업이 손해가 될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황창규 KT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혹이다.

최근 KT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KT는 강요의 ‘피해자’임에 틀림없지만, 황창규 회장은 피해자가 아닌 공범임을 강조하고자 한다”면서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KT는 기업 내부로 범죄자의 끄나풀을 끌어들여 광고를 주무르는 부서의 책임자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KT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황창규 회장이 이들을 기용해 자신의 연임 뒷배경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추가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창규 KT회장은 지난 2014년 1월 취임했으며 내년 3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 포석이라는 대가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KT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정황이 제기되자 황창규 회장의 연임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고경영책임자로서 KT를 강요의 ‘피해자’로 만든 것은 황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박근혜 정권이 결정한 중요 방송·통신 정책이 KT의 이해와 일치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이다. 이는 KT는 강요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상쇄하고 남을 만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KT가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사운을 걸고 반대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무산시키는 근거와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문제가 적지 않았다. 공정위가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를 제치고 나섰다. 또한 공정위의 불허 결정에서 정부 정책 방향의 연속성이나 법적 근거를 찾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문제다.

공정위가 방송권역 78개 내의 독과점 문제 때문에 인수 합병을 불허한다는 것은 과거의 잣대로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 오히려 공정위도 지난해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의 시장 점유율이 유료방송 전체의 1/3을 넘어도 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진영도 KT에 유리하게 갖춰졌다. SKT 출신이 청와대 미래수석비서관에서 물러나고 KT 사외이사 출신의 현대원 서강대 교수가 임명됐다. 인수합병 문제에서 KT와 이해를 같이 하는 SBS 출신인 김성우 전 홍보수석도 있었다.

KT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청와대의 인사 개입과 광고일감 몰아주기, 미르·K스포츠재단 수억 원의 기금 기부 등의 사실로 곤혹스런 상황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인수 합병 불허로 측정 불가능한 금전적 이득과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가성 여부를 떠나 KT가 박근혜 정권이라는 한때를 만나 한참 남는 장사를 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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