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한겨레 <“교복을 편하게 만들어 주셔요”>

▲ 한겨레 7월 16일자 25면.
오늘자 한겨레 발언대 코너에는 갈수록 좁아지고 짧아지는 기성 교복의 불편함을 꼼꼼히 지적하는 한 고등학생의 글이 실렸다.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기성복이 교복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스타일’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용성’은 없는 교복 때문에 수선조차 할 수 없어 키가 자라면 번번이 새로 사야 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성장하는 학생들의 신체적인 특징을 고려해 체형이나 기호에 맞게 수선해서 입을 수 있도록 제작해야’하는데 수선할 수 없도록 제작된 대기업 교복.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건 기업의 장삿속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수선할 수 있다면 3년 내내 교복을 구입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스타일을 살리고 싶은 사람은 살릴 수 있게 편하게 입고 싶은 사람은 편하게 입게 조금만 넉넉하게 만들어 달라는, 참 소박한 주장이다.

겨우 그런 것이다. 조건에 맞게, 취향에 맞게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는 ‘선진일류한국’처럼 ‘깔 나는 사회’겠지만, 불편함을 ‘손’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는 그렇게 소박하다. 서민중심의 정책을 하긴 해야겠는데 무엇인지 모르시겠다면 진심으로 권하건데 이 학생의 글을 읽으시길 바란다. 참, 사이즈별로 교복 보내진 마시고.

비추: 조선일보 <金지사 직무정지때 업무차질 우려>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다. 15일, ‘김태환 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청구한 주민소환투표가 요건에 적합해 이르면 8월 26일에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제주도선관위의 발표가 있었다. 주민소환제는 임기 중인 선출직 공직자를 유권자들의 투표에 의해 해임할 수 있는 제도로, 선출한 주민이 소환권도 가진다는 직접민주주의의 취지하에 2007년부터 시행되었다. 제주시민들은 그간 해군기지 건설과정과 영리병원 및 영리학교 도입 과정에서 김 지사가 여론수렴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점을 지적하며 주민소환운동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국책 사업을 집행하는 지사를 주민소환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민주주의 좋지, 그런데 민주주의가 ‘사업’에 차질을 빚는다면 그건 나쁘지?

▲ 조선일보 7월 16일자 31G면.
조선일보 지역면에서 발견한 이 기사, 대놓고 제목에서부터 짜증을 부린다. 김지사 직무정지 때 업무차질 우려. 9급 공무원 한명이 직무가 정지되어도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 시국선언을 이유로 1만명이 넘는 전교조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은 업무차질을 넘어서 ‘교육대란’아닌가? 그 때는 우려는 커녕 앞장 서 박수치시더니 도지사 한명의 직무정지에 대해서는 너무 살뜰히 보살피시는 이유. ‘주민소환투표’처럼 일개 시민들에 의해서, 일개 민주주의라는 가치 때문에 큰돈이 오가는 ‘사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 짜증스러울 뿐이다. 주민소환이라는 제도가 무엇인지, 왜 제주시민들이 주민소환을 하게 되었는지 관심조차 없으신 건 대통령이나 조선일보나 매한가지니, ‘국민소환제’라도 시행해야 이 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지 않을까 싶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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