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가인권위원장에 현병철 한양사이버대 학장이 내정된 것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내정 철회를 촉구하는 등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은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6일 오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이 16일 오후 서울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병철 신임 인권위원장의 내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발언하고 있는 사람은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 ⓒ곽상아

이들은 청와대가 현 내정자에 대해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며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인권위원장의 역할을 그저 행정적인 관리자 정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라며 “졸속적인 인권위원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권위원장은 청와대 내부의 몇몇 사람이 적당히 검토해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개적인 추천과 검증과정을 거쳐 선정돼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무런 공개적 추천이나 검증과정 없이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을 강행했고 심지어 내정된 인물도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에 이렇다할 기여나 활동도 없었던 인물”이라며 “시민사회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인권·시민사회 각계의 인물로 구성된 공개적인 후보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인권위는 행정·사법·입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상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기구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결정하고 시정권고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적 강제력이 아니라 오로지 인권적 권위와 사회적 정당성에 기대야 한다”며 “따라서 인권위원장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인권지향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 의제와 현장에 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2년부터 인권활동을 해왔다는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는 “17년간 인권 분야에서 일해왔음에도 현 내정자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인권 현장에서 본적도 없고, 그가 인권에 대해 쓴 글조차 본적이 없다. 이번 내정이 엉터리 인사임을 나 자신이 증언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권리 보장에 신경써야할 정부가 인사권을 가지고 장난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중요 직책에 앉히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위원장은 인권을 위해 대통령, 검찰총장 등 어떤 권력에도 단호하게 저항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현 내정자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며 “노상단식 등 처절한 싸움을 통해 설립된 우리나라 인권위의 위상이 정부의 인사권 남용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법학연구회 이호영 간사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발언할 법학교수를 섭외하고자 20여명의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오히려 나에게 ‘현병철이 도대체 누구냐’고 묻더라”며 인권위원장의 본분을 ‘조직관리’로 보는 청와대의 인식에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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