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검증과 비판 정신을 잃어버렸던 <중앙일보>가 16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성관 전 후보자를 비교했다. <중앙일보> 4면 '스폰서·가족 연루…어디서 본 듯한 천성관 의혹' 기사에는 "검찰 안팎에서는 그를 둘러싼 의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과 '닮은꼴'이었기 때문에 그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천 전 후보자가 닮았다고 <중앙일보> 밝힌 예는 무엇일까?

▲ 중앙일보 7월16일치 4면

노 전 대통령 의혹의 출발점은 박연차씨가 노 전 대통령에게 써 준 15억원짜리 차용증이었다. 이어 100만 달러 의혹과 미국에서 구입한 부동산이 문제가 됐다. 천 후보자 의혹도 부동산과 이에 따른 빚에서 촉발됐다. 그가 3월 서울 신사동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진 23억원대의 빚 중에는 사업가 박모씨에게 써 준 8억원짜리 차용증이 있었다. 여기다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박씨와의 해외 골프 의혹, 부인과 아들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중앙일보>, '스폰서·가족 연루…어디서 본 듯한 천성관 의혹')

요약하면 이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5억짜리 차용증과 100만 달러, 천 전 후보자가 23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쓴 8억짜리 차용증이 닮았다. 하지만 이는 '차용증'이라는 단어만 같을 뿐 내용은 딴 판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에게 써준 차용증은 퇴임 후 살려고 했던 봉하마을 사저를 위해 써준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사실을 분명히 밝혔고, 검찰도 15억 차용증은 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천 전 후보자는 아직 의혹이 해결된 것이 아니다.

또 <중앙일보>는 "노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가족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세에 몰린 것과 비슷했다"면서 "천 후보자 부인의 면세점 명품 쇼핑과 고급 승용차 리스 의혹은 권양숙 여사가 받은 1억원짜리 시계 선물을 연상시켰다. 아들의 위장 전입 의혹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은 노건호씨의 투자 회사 의혹과 겹쳤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천 전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제대로 본 것일까? 천 전 후보자 부인은 국외 여행 다니면서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 하지만 권양숙 여사는 아직까지 1억짜리 시계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주변의 증언이다. 천 전 후보자의 아들의 위장 전입 의혹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노건호씨 투자회사 의혹과 겹친다고 했지만 노건호씨는 위장 전입을 한 일이 없다.

기사를 본 누리꾼 'vince529'은 "글쎄요 천성관 후보자 관련 의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데는 이의가 있기는 하나, 하여간 그렇다면 천성관 후보자도 이제 검찰 수사 들어가서 노무현에게 그렇게 했듯 이 잡듯이 뒤져야겠군요. 지켜보겠다"고 했다.

세상에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걸고 넘어져 천성관 전 후보자와 그를 임명했던 이명박 정권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중앙일보>를 대견하다고 해야 할 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중앙일보>가 기사로 쓴 것처럼 천성관 전 후보자 의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의혹과 닮았다면 누리꾼 'vince529' 말처럼 천성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그렇게 했듯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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