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출한 사표를 보류했다. 사실상 최 수석의 사표를 반려한 셈이다. 다만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사표는 수리했다. 28일 청와대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왼쪽)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김현웅 장관은 21일, 최재경 수석은 22일 각각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사정라인 핵심 관계자의 동반 사퇴 결심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검찰 수사 수용을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고, 국민의당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나가야 한다는 청와대의 뜻이라면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하나 추가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두 분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한 것"이라면서 "(항명의 뜻으로 사의를 표명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을 둘러싼 분분한 해석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청와대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버티면서 김현웅 장관과 최재경 수석의 사표가 수리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결국 청와대는 김현웅 장관 사의 표명 7일 만에 수리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완강히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검찰수사를 거부한 박 대통령을 더 이상 보좌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검찰의 참고인 조사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16일까지 검찰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물리적으로 16일까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검찰이 새롭게 18일까지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또 다시 거부했다. 이에 검찰은 20일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등 범죄의 공범이라는 혐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현웅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검찰과 자신이 모시고 있는 대통령 사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셈이다.

특히 상명하복과 범죄자 처벌 등 두 가지 원칙이 정해져 있는 사정라인에서 판단에 혼선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명령을 내리는 주체인 박근혜 대통령이 범법자가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21일 사의를 표명했고, 28일에서야 박근혜 대통령은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최재경 수석의 경우도 김현웅 장관과 비슷한 혼란을 겪었을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최 수석은 사의를 표명한 후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정을 총괄하면서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해야 하는데 제 역할을 못한 만큼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공직자로서의 도리"라면서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난 그런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득했는데, 박 대통령 측에서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최재경 수석 또한 완강하게 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가 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 수석의 경우에는 김 장관과 다르게 사의를 표명한 후에도 계속해서 청와대에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제기되는 의혹은 청와대가 최재경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최 수석을 끌고 가는 이유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원활한 법적 대응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지난 22일 유영하 변호사가 낸 자료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정수석실이 본연의 기능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사적인 법적 방어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법적 방어에 쓰인다는 것은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문제도 제기할 수 있지만, 동시에 박 대통령이 혐의 입증을 막기 위해 사정라인을 움직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청와대가 최재경 수석의 사의 표명을 만류한 것은 최 수석 특유의 검찰 장악능력을 십분 활용해 자신의 혐의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끝까지 싸워보겠다는 의미다.

한편 28일 유영하 변호사는 "(검찰의) 대면조사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유 변호사는 대면조사 거부 이유로 "대통령께서는 현재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수습방안 마련 및 내일까지 추천될 특검후보 중에서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 등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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