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팬들 가운데 비교적 점잖은 팬. 바로 지금 이 시대, 우승을 익숙하게 해오던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입니다.

잘했던 팀이기도 했습니다만, 절실함에 대한 표현이 점잖았던, 새 야구장에 대한 호응만으로도 무너지던 팀을 응원했던 그런 묵직한 팬들.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떠나가던 경기까지도 많은 팬들이 찾아온 대구의 라팍이었습니다.

이 묵묵한 팬들에게 지난해부터 시련의 겨울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FA에서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박석민 선수를 NC에 내주며 팬들의 충격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올 시즌의 부진. 사상 최초이자 최악의 성적표인 9위 삼성을 보며 그래도 또 한번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저항(?)이 없던 팬들.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미 외국인 3번타자와 팀의 주장이던 5번타자에 이어 이번 겨울 4번타자까지 떠납니다. 수년간 걱정 없던 풀타임 4번의 자리, 2016년 FA 최대어 가운데 하나인 최형우가 떠난 자리는 분명 크고 아파 보입니다. 물론, 금액 격차부터 고향팀으로 가는 명분까지 여러모로 예견됐던 상황이기도 했죠.

그리고 이제 남은 또 하나의 숙제, 아마 팬들의 인내심을 점검하는 마지막 과제가 될 선수, FA시장에 나온 삼성의 대어, ‘차우찬’의 계약여부입니다.

구단에선 일단 국내 팀에게는 결코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 해외 진출의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또한 최대한의 성실함으로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죠.

FA 자격을 얻은 왼손 에이스 차우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까지 상황은 구단에 그리 유리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미국과 일본 구단에서 검토 중인 차우찬. 돈의 싸움에 큰 리그라는 명분까지 더해진, 말 그대로 차우찬이 키를 쥔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만약에 삼성이 차우찬까지 놓친다면, 그래서 팀의 빈자리가 커진다면 여파는 커질 듯합니다. 전력 약화는 물론 팬들의 불만도 상당할 터. 12년 만에 외부 FA 영입으로 시작한 삼성의 겨울은 또다시 쉽지 않게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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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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