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이면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국민살인’으로 평가받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반 년이 되지만 아직도 이 문제는 거의 해결되지 못한 채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대답없는 정부를 마냥 기다리다 지친 유가족들은 “이제 이 싸움을 마무리하고 장례를 지내고 싶다”며 11일부터 20일까지를 ‘범국민 추모주간’으로 지정, 마지막 싸움에 나섰다.

피해자를 ‘테러범’으로 둔갑시키는 기막힌 현실 속에서 지난 6개월간 용산참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싸워왔던 언론사는 과연 어디일까? <미디어스>가 주요 온오프라인 신문, 방송사 등의 지난 6개월 기록을 뒤져 순위를 매겨보았다.

◇ 한겨레 1등…프레시안·오마이뉴스 공동 2등

지난 6개월간 지속적이고도 적극적인 보도를 통해 용산참사의 해결을 촉구해온 곳은 바로 한겨레다. 다른 신문들이 용산참사 사건의 진행상황을 간단하게 처리하거나 통신사 기사로 대체할 때 한겨레는 유가족 인터뷰, 용산 4구역 현장 르포, 촛불미디어센터 개소식 등의 지면 기사와 용산 참사의 해결을 촉구하는 사설 등을 열심히 쏟아냈다.

용산참사 2달뒤인 3월 23일부터 ‘재개발 신기루를 깨자’는 제목의 기획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으로 현행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했으며(<건설사-조합-공무원, 삽도 뜨기전 ‘검은돈 커넥션’> <‘제2참사’ 막는다면서…국회는 규제완화 ‘편식증’> 등), 용산지역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사인 삼성물산 등이 최종 계약 직전까지 재개발조합에 사업 제안서조차 내지 않고 건축비 6천억원의 공사를 따냈음을 폭로하기도 했다.(4월 21일 <건설사에 놀아난 용산>)

▲ 2009년 3월 23일 한겨레 8면
용산참사 100일째인 4월 29일에도 한겨레만 유일하게 사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용산참사 100일’>을 통해 “참사 이후 한동안 반짝했던 정부와 정치권의 제도 정비 약속도 점차 ‘없던 일’이 돼가고 있다. 애초 위정자들에게 기대했던 통렬한 도덕적 반성과 제도적 개선 노력,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며 “(정부는) 그저 집회.시위만 막으면서 세월이 흐르길 기다리면 세입자들과 유족들이 지쳐서 떨어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만약 그런 인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정부’라는 이름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고 말했다.

용산참사를 통해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기획을 연재하고 용산범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보낸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가 공동 2등이다. 용산참사 100일을 맞이해 프레시안은 용산범대위와 함께 용산참사를 통해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글을 공동으로 연재했다.(5월 2일 <“당신 집과 꿈을 뺏는, 사람을 죽인 그들을 고발하라”> 등)

각종 추모제와 현장 기사를 열심히 내보낸 오마이뉴스는 6월 ‘용산에서 쏘아올린 작은 공’ 기획에서 이종희.박래군 용산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손택수 시인 등의 기고를 실었다. 6월 24일 <“총성없는 전쟁터 ‘용산’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에서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의 인터뷰를 실었다. 7월3일 <“얼마나 춥고 무섭고 뜨거웠을까!”>에서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과 부인 김영덕씨의 사연을 다뤘으며, 같은날 <“어휴, 대통령은 왜 아직도 사과 안하는 걸까요?”>에서 용산참사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사람연대 회원, 인권단체 회원, 이강서 신부, 문정현 신부 등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등 이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한편 경향신문은 5월 1일 <용산참사 잊었나…서울시 재개발 가속>에서 서울시가 용산참사에도 불구하고 1월부터 4월까지 지난해보다 많은 면적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했음을 지적하고, 이후에도 문정현 신부 인터뷰, 방학을 맞아 빈민현장활동 출범식을 개최한 대학생 등에 대해 다뤘으나 심층성 면에서 위 신문들보다 는 좀 약하다.

◇ MBC와 서울신문 “강하게 한방”

숨은 진실을 찾아냄으로써 용산 참사 사건의 흐름을 바꿔낸 특종을 쏟아낸 언론사들도 눈에 띈다. MBC <PD수첩>은 지난 2월 3일 ‘용산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에서 용역 직원이 직접 철거민들이 설치하려는 망루 쪽에 물대포를 쏘는 장면을 내보내고, 경찰 특공대의 건물 진입 당시 용역직원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폴리시아’라는 방패를 들고 같이 들어가는 장면도 폭로했다. 용산참사 직후 철거민들이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용역업체 개입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 보도로 인해 검찰은 용산 참사 중간 수사 발표를 연기하고, 물대포를 쏜 용역업체 본부장 등 7명을 폭력행위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신문은 2월 7일 <용산참사 부른 무리한 철거시한>에서 “용역업체 활동은 우리와 무관하다”라고 주장해왔던 대형 건설사들이 용산참사의 한 배후였음을 폭로했다. 서울신문이 단독 입수한 용산4구역 재개발 조합과 철거용역업체간의 계약서에 따르면, 2008년 6월30일까지 용역업체가 재개발지역 내의 모든 건물들을 철거하도록 돼있었고, 기한 내 철거를 완료하지 못하면 용역업체가 지체보상금으로 하루에 계약금액의 1000분의1(510만원)을 조합에 내야 했다. 이때문에 용역업체는 지난 3월부터 용산4구역 철거민들에게 건물에서 나가도록 종용하고, 보상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철거민들이 버티자 협박 등을 일삼아온 것. 이과정에서 삼성물산.대림산업.포스코건설 등 관련 시공사들이 조합 대신 용역업체를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 2009년 2월 7일 서울신문 6면
이밖에 KBS, SBS는 용산범대위의 추모행사, 특검 요구, 철거민과 철거 용역업체 직원의 충돌, 대검찰청 항의 농성 등에 대해 건조하게 기술하거나 양쪽의 입장을 병렬 배치하는 식의 소극적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100일인 4월 29일에도 SBS <8뉴스>는 “용산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 단체가 추모식을 열고 재개발 관련 제도 개선과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고 짤막하게 전달했으며 KBS는 그마저도 없었다.

반면 100일과 관련해 MBC <뉴스데스크>는 보수단체가 시위도중 불을 질러도 경찰이 시종일관 지켜만보고 현장에서 연행해가지 않음을 꼬집으며 “시위대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이런 경찰을, 용산참사 유족들은 한번도 못봤다. 지난 100일동안 추모집회가 열리면 경찰은 당연하다는 듯 행진 자체를 막아선다”며 “용산참사 뒤 경찰은 불법시위 엄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누군가에겐 엄격하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겐 관대하다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 희생자를 테러범 취급 조중동 “역시 님좀 짱”

용산참사로 희생된 총 6명의 사망자중 경사 1명의 죽음만을 부각시키고, 나머지 5명의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테러범’ 취급을 한 조중동은 편파성 면에서 ‘꼴등’이라 규정해도 과하진 않을 것 같다. 이들 신문에는 “유품 정리하다 표창장 붙들고 한참 울었다”는 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씨의 인터뷰만이 실릴 뿐이다.

참사 직후 이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줌의 전문 시위꾼이 도심 복판 건물을 점거해 도로를 향해 화염병을 던지면서 1000만 시민이 사는 도시를 전쟁터나 다름없게 만드는 걸 더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조선일보 1월 24일 사설) “매사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행태에 대해 과거처럼 무원칙한 관용이나 부화뇌동, ‘떼법’ 영합주의로 대처해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중앙일보 2월 10일 사설) “(철거민들이) 망루에 시너를 뿌려 놓고 화염병을 던지는 바람에 김남훈 경사가 꽃다운 나이에 숨졌다. 시위대한테 매 맞는 경찰을 민주주의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 (동아일보 2월 11일 사설) 등 정부에 대해 더욱 엄격한 법집행을 주문하고 나서기도 했다.

▲ 2009년 6월 19일 동아일보 14면
조중동은 용산범대위의 연행, 용산참사 변호인단의 재판부 기피 신청 등 사건의 진행 상황에 대해 온라인판에서 연합뉴스, 뉴시스 기사로 대체시키고 지면에 거의 등장시키지 않았다. 지면에 등장하는 기사는 이들을 ‘테러범’으로 취급하는 기사 정도다. 동아일보는 6월 19일 <용산참사 150일…전철련 여전히 빈소 점거>에서 전철연 부상자들이 입원해있는 순천향대 병원 현장에 대해 “장례식장도 (부상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참사 발생 전 한달 평균 80여건에 달했던 장례식장 이용 건수는 4층이 (전철연에) 점령된 이후 반으로 줄었다. 순천향대 병원에 입원해 있다 숨진 환자의 가족조차 살벌한 분위기 때문에 다른 장례식장으로 간다”고 보도했다. “여기 직원들도 (전철연이) 무서워 함부로 말을 못한다”는 청소직원의 말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도 4월 1일 <“입원실서 소주 마시는 전철연 부상자가 환자인가”>에서 “밤에 입원실에서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어떻게 환자라고 할 수 있느냐. 정말 입원해야 할 환자들이 병실을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순천향대 병원 관계자의 발언을 주요하게 전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