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과 내 아이는 평등하다"며 현대인들을 유혹하는 자동차 광고가 있어 화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차를 기준으로 사람이 평등하다는 틀거리를 만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 르노 삼성은 NEW SM3를 출시하면서 "사장이 타는 고급 승용차나 나의 아이가 타는 차가 안락함에서는 같다. 그럼으로 사장과 내 아이는 평등하다. 그리고 세상은 평등하다"라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광고는 사장이 타는 넓고 안락한 차와 같이 내 아이도 그런 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광고를 뒤짚어 생각해 보면 참 거슬린다. 내 아이가 자전거 뒤에 타고 있으면 사장과 내 아이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인가? 아니면 아이와 사장을 평등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런 차를 태워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나의 아이에게 '사장이 타고 다니는 차와 같이 편안한 차를 태워줄 수도 있지 뭐'라면서 그냥 스쳐 지나칠 수도 있는 광고다. 그러나 광고를 보면서 여전히 심기가 불편하다. 나의 아이를 그깟 자동차 한 대를 매개로 내가 모시는 사장과 평등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아울러 자동차 한대로 아이까지 등장시키면서 사람의 평등을 운운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혹시 이 광고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광고카피 말이다.

당시 광고는 누리꾼에게 비호감으로 평가돼 다양한 패러디를 불러일으켰다. 비호감으로 작용한 이유는 이렇다. 누리꾼들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잘지내고 있냐"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다 친구야" 등의 인사를 건네는 대신에 그랜저를 보여준 것이 과연 정상적이냐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그랜저를 보여준 그 친구를 '왕싸가지'라고 칭했다.

그리고 그 '왕싸가지'에게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를 보여주면서 "그래 그랜저로 답했냐, 난 람보르기니다", 또는 "헬리콥터" "비행기다" 등으로 답했다. 귀엽고 깜찍한 패러디도 있었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여자 친구 만나는 재미로 산다" 등의 패러디도 나왔다. 광고에서 보여진 천박한 자본주의의 생리를 누리꾼들은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광고는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해 제품을 사게끔 하는 게 기본이다. 뉴SM3나, 그랜저의 광고도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런데 인간의 가장 저급한 심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는 불편하다.

명확히 이야기 하지만 자동차의 성능이나 또는 디자인에 대해 평가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대명제에 자동차가 낄 수는 없다. 또한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안락한 자동차를 타건, 자전거를 타건 사장과 내 아이는 이미 평등하다.

새로운 광고를 보면서 아이가 자동차로 사람을 평가하거나 자동차로 친구를 친구로 대하지 않고, 우열을 가리는 없길 바라는 마음 간절한다. 또한 “사장님과 내 아이는 평등하다”의 광고 카피를 이용해 누리꾼들이 만들어낼 패러디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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