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된 지 23일 만에 끝내 자진사퇴했다. 천 후보 인선을 두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 지향적인 검찰상을 구현하는데 적임으로 판단, 검찰 조직 일신 차원에서 발탁했다”고 이야기했었다. 잠시 내정 당시를 상기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국정쇄신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때였다.

그러나 천 전 후보자는 내정되는 그 순간부터 미네르바 기소 및 MBC <PD수첩>과 용산참사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던 ‘공안통’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인물로, ‘MB 측근’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만 했었는데….

처음부터 끈질기게 의혹 제기한 CBS <노컷뉴스>를 시작으로

천 내정자에 대한 의혹은 6월 29일자 CBS <노컷뉴스>의 “천성관 내정자 ‘이상한 집테크’”기사를 시작으로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노컷뉴스>의 취재결과 천 내정자가 서울 강남에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23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나 투기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것인데 뉴스는 “특히 친인척으로부터 빌린 8억 원에 대한 이자를 한 푼도 안내고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노컷뉴스>는 이후 7월 6일자 신문에서 최대의 논란이 된 스폰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온다. ‘천 후보자에 거액 빌려준 박씨, 왜?’라는 기사에서 “1차적 의문은 7억50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는 점과 8억원에 대한 이율이 연 4%로 은행 대출 금리에도 못 미치는 저리라는 점”이며 “2차적 의문은 박 씨가 15억5천만원이라는 큰돈을 아무런 담보 없이 천 후보자에게 빌려준 속사정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를 의심했다.

같은 기사에서 <노컷뉴스>는 천 후보자의 한 지인을 통해 “박씨는 천 후보자의 스폰서였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검사들의 ‘스폰서’라는 존재가 검찰총장 후보자를 통해 드러남으로써 일선 검사들의 대국민 신뢰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썼다.

▲ 노컷뉴스 7월 6일자 1면.
같은 날 <경향신문>은 “‘무죄 선고’ 과거 공안수사 집중 검증” 기사에서 그동안 천 후보자가 맡았던 공안수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93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짜깁기식 수사 ▲98년 ‘영남위원회’ 사건 무리수를 범해 ▲2001년 ‘범민련 간부 6명 기소’ 사건 피의사실 공개했다 취소하는 소동 벌어져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이적성 수사도 주도 등이다.

이후 인사청문회에서 자녀들의 ‘위장전입’이 확인됐고, 스폰서 의혹이 제기된 박 씨와 같은 날 부부동반으로 골프채를 갖고 일본으로 출국한 것에 대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또 부인 김모씨와 박씨가 똑같은 면세점에서 샤넬 핸드백 구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됐고, 리스한 고급 세단 제네시스의 ‘무상 사용’ 의혹에 대한 답변도 시원찮았다. 그리고 천 후보자의 아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여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에금액이 늘어나는 것과 병역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등 누구 말대로 의혹 백화점이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인물로 평가됐다. 증인으로 채택된 박모씨는 결국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중동은 천성관 ‘해’바라기?

천 후보자가 내정된 다음날 조중동 기사들은 ‘파격인사’에 그 초점이 맞춰졌다. 첫 번째는 기수에 따라 인선하는 검찰의 오랜 관행을 깨고 3기수를 건너뛰는 내정이었다는 점과 두 번째로 출신 지역이 ‘논산’으로 충남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이로써 조중동은 이명박 정부가 ‘고소영’, ‘강부자’ 꼬리표를 떼는 내각이 되고 있다며 ‘개혁의지’가 있다는 것에 힘을 보탰다.

그 후 천성관 내정자가 재산신고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강남 아파트 2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동아일보> 역시 천 내정자는 7억 4833만원 재산 신고를 했다는 정도의 기사만 있을 뿐 그 어디에서도 의혹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3일에 있었던 청문회 이후 조중동 중 <조선일보>만 ‘미스터리 맨 천성관’이라며 “천 후보자의 재산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설을 통해서도 “‘그 돈은 업자에게서 빌린 것일 뿐 부정한 돈은 아니다’라고 해명한다면 ‘아~ 그렇습니까. 다들 그렇게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라고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주억거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그에 비해 <중앙일보>는 6면에서야 천성관 후보자의 “아파트 매입 신중치 못했다”는 해명 발언을 중심에 두었으며, 동아일보도 천성관 후보자의 말을 제목으로 “위장전입, 자녀교육 위한 것”이라며 8면에서 실었다. 중앙일보는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상실한 검찰은 더 이상 검찰이 아니라는 비상한 각오로 직무에 임하겠다”는 말을 리드로, 동아일보는 “부동산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녀의 학교적응 문제로 부득이하게 옮기게 됐다”는 해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결국 중앙과 동아는 천성관에 대한 ‘해’바라기식 기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천성관 내정자 자진사퇴, 이들은 어쩌나…

▲ 경향신문 7월 14일자 만평.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사퇴로 ‘모냥빠진’ 이들이 있다. 누구보다 천성관을 지키고자했던 이들.

◇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검사라는 공직 24년을 마치고 14, 15억의 재산은 보기드물게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판단하고 싶다. 아파트 한 채가 문제 아닌가. 나머지는 국민들이 평가할 것.”

◇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 “후보자가 법률전문가 베테랑 수사 전문가인데, 만일 의혹이 있는 금융거래라면 오히려 증거자료를 충분히 완벽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저희가 보기에도 차용증 등이 허술하게 보인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만큼 의혹이 없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한다.”

◇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 “친척에게 돈을 빌려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뭔가 큰일처럼 되었다. 핵가족시다에 부모와 함께 살려고 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매우 권장할 만한 일이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전직 검사출신 의원이라는 것.

▲ 한국일보 6월 23일자 3면.
그리고 ‘모냥빠진’ 천 내정자를 손수 발탁한 이명박 대통령. 지난달 23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차기 검찰총장으로 권재진 서울고검장이 유력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천씨가 발탁된 것에는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청와대 비서진들이 처음 천 내정자가 빠진 후보군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천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천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두고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는데 그 주범은 이 대통령인 셈.

이들은 또 어쩌라고. 권재진 서울고검장, 김준규 대전고검장은 천 후보자가 내정된 다음날 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천 내정자가 검찰총장으로 올 것이란 확신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그야말로 ‘물’먹은 검사장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천 내정자. 자진사퇴했으니 이걸로 끝? 밝혀진 내용들을 어마어마한 것들이고 의혹이 풀리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남은 물론 검찰조사를 받아야할 판. 검찰총장으로 내정되지 않았다면 박모씨의 스폰받으며 남은 생 편안했을 것을…. 이 순간 천씨는 이 대통령의 믿음에 감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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