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은 더 이상 ‘같은 줄기’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조사 요구를 거부함과 동시에 ‘무시’하면서 검찰은 더 이상 ‘박근혜의 검찰’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동시에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잡지 못하면’ 검찰 조직 자체가 내·외부의 공격에 몰릴 위기 상황이다.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검찰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촛불 민심처럼 ‘박근혜 퇴진’이다. ‘살아난 박근혜로부터 보복당할 것인지’ 아니면 ‘촛불 민심으로부터 해체당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섰다.

검찰은 현재의 탄핵 국면에서 법리적 논쟁과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죄목’으로 뇌물죄를 주목해 왔으며 이제는 뇌물죄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 조직의 명운’을 건 듯 한 태세다. 최근 압수수색을 전방위적으로 행하는 이유가 뇌물죄 적용을 위한 증거 찾기로 해석된다.

최순실 씨와 청와대가 대기업으로부터 재단 출연금 등을 받은 대가로 면세점 특허권 부여 과정에도 개입했는지 조사중인 검찰이 24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를 압수수색 하고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뇌물죄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들어가는 것과 안 들어가는 차이가 크다. 뇌물죄는 수뢰, 사전수뢰, 제3자 뇌물, 수뢰 후 부정처사, 알선수뢰, 뇌물공여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지금 검찰이 집중하는 것이 제3자 뇌물죄이다. 말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가족이 아닌 제3자 즉 최순실 등에게 뇌물을 주도록 한 범죄행위이다.

검찰이나 법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롯데, SK의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부분은 제3자 뇌물죄 적용이 비교적 쉬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 과정에 박 대통령이 개입한 의혹은 뇌물죄로 판단하기에는 까다롭고, 법리 논쟁이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굳이 뇌물죄냐? 이미 최순실·안종범과 박근혜 대통령은 공범 관계라고 검찰이 밝혔고 이들의 죄목이 직권남용, 강요죄 등이며 여러 헌법학자들이 인정한 바,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데 왜 뇌물죄에 집착할까?

그것은 바로,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 후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과정에서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정할 때, 법적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헌재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며 밝힌 5가지 파면 사례에 뇌물죄가 들어가 있다. 먼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대통령 파면’에 해당하는 5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대통령이 지위를 남용해서 뇌물수수 같은 부정부패를 저질렀을 때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했을 때 ▲권한을 남용해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했을 때 ▲국가 조직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국가 조직을 이용해 부정 선거 운동을 하거나 선거 조작을 했을 때 등이다.

첫 번째 항목에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사례로 '뇌물수수'가 적시돼 있다. 그리고 이런 5가지 사례를 종합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밝히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정당화되는 것”

여기서도 중요한 대목이 있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다. 현재의 대통령 지지율 4~5%는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이고, 이런 지지율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거나 오히려 지지율이 매번 조사 때마다 낮아지는 것은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로 판단 가능하다. 오는 29일까지 대면조사를 압박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어쨌든, 촛불민심과 검찰이 의도는 다르겠지만 이제까지와 달리 ‘같은 방향과 목적’을 향해서 같이 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