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 과세구간 신설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기재위 간사 박광온 의원이 "민주당은 법인세 인상이 당론"이라면서 "새누리당은 법인세 반대가 당론이냐"고 묻자,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당론은 아니다"라며 "우리당은 지금 분당 위기에 있어 당론을 정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회 의석 127석의 새누리당이 조세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새누리당이 야당의 법인세 인상, 소득세 과세구간 신설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명목세율 인상이 기업의 투자와 연구개발, 고용 여력 등을 감소시켜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논리다.

야당은 영업이익이 5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소득세 과세구간을 신설해 5억 원 이상 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38%에서 41%로 인상하는 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24일 오후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처리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통해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면서 "경제현장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의회질서에도 어긋나는 다수의 협박이며, 그저 혼란한 정국에서 시류에 편승해 거대야당의 수를 믿고 강행하려는 횡포"라고 비난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선진국들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라면서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세율을 15%로 인하시키겠다고 공언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22%인 우리나라보다 높다.

문제는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야당의 안에 대항할 당론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과거 자신들이 야당을 비판하는 레퍼토리를 내세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새누리당의 법인세·소득세 등의 인상 반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를 올리면 국내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다른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결국 일자리까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쳐왔다.

그러나 과거 정부에서 법인세를 인하해주는 조치를 취해왔지만 기업의 투자로 연결된 부분은 거의 없었고, 그 결과 기업만 살찌고 대부분의 국민은 궁핍한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이익을 도모한 경우가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재벌 대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가족 경영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은 재벌 대기업들도 상당수다. '재벌'이라는 말을 영어로 표현할 수 없어, 그 자체가 새로운 영단어로 등재될 정도다. 따라서 이들이 세금을 더 내, 국가와 국민에 공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소득세의 과세구간 신설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현재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연 소득 1억50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38%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야당은 과세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연 소득 5억 원 이상을 대상으로 38%에서 41%로, 국민의당은 민주당안에 더해 10억 원 초과자에 대해 45%의 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최고 세율을 올릴 경우 "조세형평성의 근간을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소득이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다. 소득재분배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과세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것은 소득재분배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아시아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상위 10%가 국민소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에 달해 아시아에서 가장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 파리경제대학이 내놓은 통계에서는 세계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한 국가 2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1위는 새누리당이 예로 들었던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이었다.

2013년 OECD 통계에서는 한국은 하위 10% 소득 대비 상위 10% 소득이 10.1배에 달해 OECD 평균 9.6배를 넘어섰고, 저임금노동자 비중이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소득불평등으로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조세제도 개편을 통한 재분배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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