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사이보그와 론다 로우지의 맞대결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코너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1천만 달러 매치’ 성사 여부가 잠시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는데 사실 사이보그와 로우지의 맞대결은 해묵은 카드지만 맥그리거와 메이웨더의 경기 이상으로 격투기 팬들이 기대하는 경기.

언제고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 카드는 좀처럼 성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이보그와 로우지 가운데 이 대결의 성사를 고대하는 쪽은 역시 도전하는 입장에 있는 사이보그.

사이보그는 최근 로우지가 자신과의 대결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이보그는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로우지가 싸우려는 마음만 있었으면 나랑 벌써 붙고도 남았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로우지는 또 도망갈 것”이라며 “로우지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기 싫어한다. 항상 로우지는 스스로 상대를 선택했기 때문에 나를 선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그는 “다나 화이트 UFC 회장은 로우지가 정말 강한 상대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로우지가 그럴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로우지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화이트 회장을 힐난하기도 했다.

사이보그는 로우지와의 일전을 위해 상당한 체중 감량 부담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UFC는 지난 2009년 밴텀급(135파운드·61.23㎏)과 스트로급(115파운드·52.16㎏) 등 2개 체급으로 여성부를 신설했다. 평소 체중이 75㎏으로 알려져 있는 사이보그는 UFC에 자신에게 맞는 체급이 없어 UFC에서 계약경기로만 2경기만을 소화했다. 대신 UFC가 여성부 하부리그처럼 운영하는 인빅타 FC에서 주로 활약하며 페더급 챔피언에 올라 있다.

페더급과 밴텀급의 체중 차이는 4.5㎏인데 사이보그는 경기를 앞두고 10㎏ 정도를 감량하고 페더급 경기에 출전해 왔지만 로우지와의 대결을 위해서는 15㎏을 감량해야 한다.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하지만 사이보그는 UFC에 체급 신설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로우지와의 대결만 성사된다면 밴텀급 체중에 맞춰서라도 경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우지와의 대결 성사가 요원해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사이보그는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UFC 론다 로우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홀리 홈과의 경기에서 충격의 KO패를 당한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은 로우지는 오는 12월 31일 UFC 207에서 현 밴텀급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와 맞붙는다.

사이보그는 이에 대해서도 “론다 로우지는 1년이나 쉬고서 나왔으면 홀리 홈이나 다른 강한 상대를 골랐어야 했다”며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줄 수 있는 상대를 고른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아만다 누네스가 로우지 생각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사이보그가 이처럼 로우지를 도발했지만 로우지와 사이보그의 맞대결이 언제 성사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찌 보면 매우 현실성 없는 카드로도 보인다. 체급도 체급이지만 상황적으로 봐도 그렇다.

UFC 화이트 회장이 UFC의 간판선수로서 남자 선수가운데는 맥그리거, 여자 선수 가운데서는 로우지를 점찍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이보그와 로우지의 맞대결은 너무 일찍 써버리면 너무나 아까운 카드인 것도 사실이다.

화이트 회장 입장에서 보면 대결을 성사시키지 않고 변죽만 울리는 것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UFC의 전체적인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사이보그와 로우지의 맞대결 성사 가능성을 더욱 더 희박하게 만들고 있는 변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로우지의 은퇴 관련 언급이다.

이달 초 로우지는 미국 NBC 방송의 토크쇼 '엘런 드제너러스 쇼'에 출연해 "이번 경기는 얼마 남지 않은 내 경기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만약 12월 말 누네즈에게 패한다면 로우지는 그대로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다.

화이트 회장도 이와 같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화이트 회장은 미국의 ‘TMZ’와의 인터뷰에서 "로우지는 슬슬 선수 생활을 마감하려고 한다"며 "몇 경기를 더 뛸지 말하는 건 로우지에게 달려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뒤에 “그러나 로우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으는 능력을 지닌 선수"라고 언급했지만 어쨌든 결정은 로우지의 몫이라는 말이다.

로우지는 현재 격투기 보다는 영화 쪽 일과 연예 분야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WWE 같은 프로레슬링 단체에서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로우지와의 대결을 갈망하는 사이보그의 목소리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이는 이유다.

스포츠 전문 블로거, 스포츠의 순수한 열정으로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임재훈의 스포토픽 http://sportopic.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