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버금가는 독소조항들을 내포한 것으로 알려져 또 하나의 ‘졸속협상’ 또는 ‘경제주권 내주기’ 논란을 빚어온 한·EU FTA 협상이 13일 타결됐다.

유럽 3개국을 순방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유럽연합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전후로 스톡홀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이는 궁극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유무역을 통해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27개 EU회원국은 한미 FTA와의 ‘동등대우’ 원칙을 강력히 주장해서 대부분의 협상 분과에서 관철시켰다. 따라서 10개 이상의 한미 FTA 독소조항과 마찬가지로 한·EU FTA에도 투자자의 상대측 정부 제소권, 미래의 최혜국대우, 시장접근, 내국민대우, 역진방지 메커니즘(래칫조항), 네거티브리스트 등이 협상 과정에서 포함됐거나 한국과 EU회원국 간의 개별적 추가협상 등을 통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들은 선진국 자본에 상대적 혹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투자/피소(被訴) 대상국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제주권 침해적 요소’가 다분히 살아있어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미 지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광우병 위험성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유럽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한 세부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한 건수 한 걸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 “이익이 될 거라고 착각하는 게 안쓰럽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또한 이 협정이 “상대방(EU) 국민들에게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FTA를 타결한 EU 국가들이 이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산물이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처럼 자국민들에게 선전하는 태도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의 올바른 정책 방향은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다.

협상 개시 이후 2년2개월 만에 타결에 이른 양측은 이제 두세 달 간의 법률 검토 등을 거쳐 가서명을 하게 되고, 각국 의회의 비준절차 등만을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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