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병원이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 병원에서 의료진을 파견한 도 원장으로 인해 돌담 병원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와 사람을 이용하는 의사의 대결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사부가 던진 '의사의 길'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한석규가 들려주는 의사의 길;
환자가 중심이 된 의사와 돈이 중심인 의사의 대결구도, 우리는 어떤 의사를 원하나?

돌담 병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적막하던 그 낡은 돌담 병원에 동주가 쫓겨 오게 되면서 세상에 그 병원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5년 전 사라졌던 서정과, 전설의 의사라 불리던 부용주가 김사부라는 이름으로 그 허름한 병원에 있었다.

돈과 성공 외에는 관심이 없는 도윤완 원장에게도 과거는 있었고 가족은 중요했다. 그리고 어린 서정에게 도 원장은 특별한 존재였다. 엄마가 숨지며 남긴 유서와 같은 쪽지에는 도 원장을 찾아가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서정은 도 원장이 아버지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렇게 잠시 도 원장의 집에서 살았던 서정은 의사가 되었다. 동주가 도 원장의 행동에 분노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동주는 자신의 아버지를 외면하고 의원을 치료한 도 원장을 증오했다. 그로 인해 아버지가 숨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분노하던 동주를 바로잡아 준 이가 바로 김사부였다.

알고 보면 동주와 서정은 원수 집안이다. 서로 사랑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 도 원장의 아들 인범까지 서정 앞에 등장했다. 모르는 척 했지만 인범에게 서정은 첫사랑과 같은 존재다. 인범은 서정이 배다른 남매라는 사실은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 모를 가능성이 높다.

서정이 의사의 길을 걷자 인범 역시 의사가 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의사인 아버지 때문이 아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서정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애써 모른 척 했지만 서정은 도 원장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서정에게 인범은 배다른 동생이라는 확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돌담 병원에서 만나게 된 그들은 다시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휩쓸리고 만다. 김사부는 동주가 있다고 생각하고 외출을 하고, 동주는 김사부가 병원에 있다고 믿고 서울에서 온 송 과장과 함께 온 선배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송 과장은 김사부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도 원장파인 송 과장에게서 김사부에 관해 좋은 말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김사부와 동주가 병원에 없는 사이 긴급 환자가 돌담 병원으로 들어왔다. 급하게 수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병원에 있는 것은 서정과 인범이 전부였다. 김사부에 의해 환자 치료가 아닌 병원 정리하는 임무를 부여받는 서정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원칙에 충실한 그리고 스승이라 생각하는 김사부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서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을 기다리기에는 환자가 너무 위급하다. 이 상황에서 서정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의사의 역할이었다.

서정은 인범과 함께 수술에 성공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김사부가 신 회장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고 싶은 도 원장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를 무너트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병원 의사가 수술에 참여했다는 이유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빌미 삼아 김사부는 도 원장을 단숨에 무너트린다.

자신의 아들까지 돌담 병원에서 근무하게 하라는 요구에 분노하던 도 원장은 자신의 팀을 모두 이동시킨다. 김사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을 돌담 병원에서 근무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사부와 도 원장의 정면 대결은 시작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거대 병원에서 이동한 의료진이 추가되며 돌담 병원은 보다 다양한 재미를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 중국인 부랑자로 등장한 우연화(서은수)까지 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보다 풍성해졌다. 첫눈에 동주에게 반한 연화와 그런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간호사 은탁이 삼각 짝사랑 관계를 구축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의사 면허증 가지고 먹고 사는 것이지. 먹고만 살아 권위와 실리 취하고, 사회적 위치와 체면까지 차려가면서...“

"양심 없는 이윤 추구, 목표 없는 능력 지상주의, 명분 없는 합리주의..?"

김사부는 송 과장에게 의사한테 남는 장사는 뭐냐고 묻는다. 이미 찌들대로 찌든 송 과장에게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적 지위를 앞세워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그가 느끼는 의사라는 직업이다. 의사로서의 직업윤리는 무의미한 채 말이다.

송 과장의 말에 김사부가 던진 이윤 추구와 능력 지상주의와 합리주의에 대한 비판은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극단적인 빈부 차가 존재하는 사회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공황시대가 발발한 것은 그런 극단적인 차이가 만든 최악의 사태였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미국의 대공황시대에 근접한 모습이다. 1%의 재벌과 권력자들이 99%를 지배하는 사회 구조가 정상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영원한 제국'을 쓴 소설가 이인화는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20대에 이런 소설을 썼다는 사실에 모두가 환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독재자 박정희를 미화하기 위해 쓴 '인간의 길'로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했다. 그런 그는 류철균이라는 본명으로 이화여대 교수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화여대 논란을 일으킨 정유라가 받은 수업 중 하나는 바로 류철균, 우리가 이인화로 알고 있는 이가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대리시험 의혹이 일고 있는 그 수업의 교수가 박정희 미화에 모든 것을 걸었던 인물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리고 노동계의 '미르 K 스포츠 재단'이라 불리는 '청년희망재단'에 이사로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사부가 던진 의사의 길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인화의 '인간의 길'은 그의 삶이 잘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극중 한석규가 보여주는 '의사의 길'은 전혀 다른 지점을 향해 걷고 있다. 누구에게나 길은 존재하고 그 길을 걷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언제나 책임이 주어진다. 우린 그렇게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길들을 마주하게 되는 광장에 나와 있다. 그리고 우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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