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는 정말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시도 정부시책에 발 맞춰 저탄소 녹색성장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 2007년 이후 9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해 2천여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지방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낮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차피 본 취재는 해가 질 무렵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꽤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로등엔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고, 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틀고 좌석을 뒤로 젖혀 누웠습니다. 지역라디오 방송에선 반은 최신 가요가 나오고, 반은 시정을 홍보하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리포터와 그 도시의 모 국장이라는 사람이 대담을 나누고 있는데, 국장의 발언입니다. ‘4대강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는 “4대강 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 중앙부처에 사람도 보내 설명도 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4대강을 취재하면서 한 교수로부터 “지방은 지금 희망에 부풀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지는 4대강 사업 덕분에 그동안 숙원사업이었던 지역개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4대강 살리기’. 라디오에 출연한 그 지방공무원은 수없이 그 단어들을 되풀이했습니다. 마법의 주문이었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붙건 상관할 바 아닙니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해 그가 제시한 일자리 지표는 2007년부터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기 전이지요. 그리고 그 일자리가 과연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와 맞는 일자리인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22조라는 4대강 예산이 국토해양부 마스터플랜에서 제시됐지만, 실제 지자체들이 낸 예산 신청을 다 더하면 2~3배 이상 되는 규모라고 합니다. 다 수용될 리 만무하지만, ‘굿 본 김에 떡도 먹겠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저는 일종의 ‘집단최면’이지 않나 의심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환경도 생각하고 개발도 한다니 좋은 것 아니겠어? 하는.
4대강 문제를 다룬 저번 기사에서도 다룬 기초적인 궁금증인데, 4대강 동영상부터 정부가 내놓는 관련 사업계획 발표자리마다 내걸리고 있는 ‘천일의 약속’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누가 누구와 천일 동안 뭐를 하자고 약속했다는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토해양부 4대강 기획단 홍보담당자도 “내가 오기 전에 만들어진 구호라서,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 천일 약속. 사실 말을 안했을 뿐, 가이드라인은 명확하지 않을까요.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에 모든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그래서 뭔가 가시적인 그림이 나오면 그것을 정권재창출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국민은 천 일이든 만 일이든 시일 내에 그 ‘4대강 살리기’를 끝내라고 정부든 누구든 약속한 적 없습니다.
그런 아주 초보적인 의문에 답하는 이도 없고, 문제의식을 가진 공무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 무서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경향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Weekly경향의 기자다. 사회팀장을 맡고 있다. 시민단체 KYC 등과 함께 풀뿌리공동체를 소개하는 <도시 속 희망공동체 11곳-풀뿌리가 희망이다> 책을 냈다. 괴담&공포영화 전문지 또는 ‘제대로 된(또는 근성 있는)’ 황색잡지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