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약칭 방문진) 이사들의 전원교체를 비롯해 9월까지 KBS와 EBS의 이사 교체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들의 추천 및 임명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권을 가지고 있어 방문진 이사의 경우 정부여당에 유리한 인사로 ‘9 대 0’이 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투명성 강화방안' 긴급토론회 모습ⓒ나난
이에 오늘 9일 국회에서는 미디어행동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실 주최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민주성·투명성 강화방안”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신태섭 KBS 전 이사는 ‘공영방송이사추천국민위원회’ 구성을 요구했고,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 야당추천인사인 이병기, 이경자 의원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치적 독립 위해 ‘공영방송이사추천국민위원회’ 구성

▲ 신태섭 KBS 전 이사ⓒ나난
신태섭 KBS 전 이사 발제에서는 2008년 KBS에 벌어진 경험들이 되새겨졌다. 그는 발제문을 통해 “이명박 출범 초기 KBS의 11명의 이사 중 친한나라당 이사는 3명이었지만 이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과 회유가 이어졌고 결국 KBS 이사회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이 통과되고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이것은 이사회가 사장해임에 동원된 것으로 실질적으로 돌격대 역할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전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국민대표성과 전문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선임에 있어서 ‘공영방송이사추천국민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정부나 다수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추천과 선임과정에서 인원수와 그 구성을 안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특정 정파에 유착해 공영방송의 감독업무를 정파적 이익과 관련시킬 가능성 있는 인물이 이사로 선임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 전 이사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방통위가 스스로 ‘공영방송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어렵겠지만 절대 포기할 순 없다”며 발제를 마쳤다.

방통위 야당추천 이병기·이경자 위원 사퇴해야 희망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야당추천 방통위 이병기, 이경자 위원의 사퇴를 종용했다.

▲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나난
양 사무총장은 “방문진 이사 추천에 있어서 전문성과 대표성 성격으로 MBC노사 추천몫 자체에 대해 두 위원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아주 악질적인 방조이거나 온몸에서 나오는 동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방통위가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대로라면 공영방송 이사가 정치적 독립인사로 뽑힐 희망이 없다는 뜻이다.

또 양 사무총장은 현재 방통위에서 진행 중인 공영방송이사 공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모시 제출서류가 딱 다섯 가지(지원서, 결격사유 확인서, 기본증명서, 최종학력증명서, 경력증명서 및 관련 자격증)”라며 “KBS 이사회가 뭘 하는 조직인지, 방문진이 뭘 하고 있는 곳인지 알지도 못하고, 단지 월급과 거마비가 월 400만원 가량된다는 것만 알고 지원했다면, 이들을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걸 가지고 뽑는다면 현재 방통위는 ‘찍기도사’이거나 외부에서 받은 ‘오더’를 집행하는 꼭두각시이거나 ‘거수기’라고 본다”고 맹비난했다.

또 ‘방문진과 MBC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 “방문진 이사회가 MBC 이사회인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며 “대주주로서의 역할에 집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그는 “방문진 이사회의 핵심업무는 MBC 전체가 어떻게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경영체제를 갖출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MBC 전체의 장기경영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서울MBC와 지역MBC를 관통하는 공적 운영 원리 확보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득권과 정부로부터의 초연’은 방송이 기득권 세력이나 정부와 야합하지 말고 그들에게 비판적 자세를 취하라는 뜻이다. 공영방송 이사 후보로 나서는 이들은 과연 이런 자세를 엄호해줄 의사와 용기가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누가 임명을 했든 이런 자세를 취해주길 간절히 부탁한다”며 발제를 마쳤다.

MBC노조, ‘노조추천 몫’ 손 떼겠다

▲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나난
방문진의 쟁점으로 MBC노사 추천몫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이 토론회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본부장은 “‘노조추천 몫이다’라고 밖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금 국면에서 저희들은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제도로 만들어진다면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 교체로 MBC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 때 방문진 이사들이 엄기영 사장 해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보고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말했다. 사장 해임에 대한 권한이 있고 그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으로 방문진 이사회가 과도하게 MBC에 개입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방문진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독립적이었나?”라며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방문진이 MBC에 대해 과도한 오너십을 발휘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지금은 정치적 미션을 부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언론관계법에 대한 투쟁이 끝나기도 전에 방문진 이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피곤함을 토로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뽑히길 희망하지만 ‘난망’

토론자로 참석한 이용경 창조한국당 문방위 간사는 “방통위에 속기록을 가지고 오라고 이야기를 하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가져오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방통위 야당 추천 위원들이 일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야당 추천위원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모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은 괜찮다”며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사람을 뽑느냐 하는 선임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가 이사 선임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다. 그는 “지역성을 구형하는 것이 곧 공익성”이라며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하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방문진 이사 자리가 언론전문가들과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봤을 때 ‘노사추천몫’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은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며 국정기조를 변경하거나 대통령직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온 남인순 KBS 이사는 “이사로서 정연주 사장 해임안이 이사회를 통해서 제청되는 과정을 보면서 이사회가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다”며 이사 선임도 중요하지만 선임 이후의 감시와 평가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끝으로 토론회 사회를 맡은 강상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통위는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사로 뽑아야 한다. 합당한 명분에 맞는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누구든지 인정할 수 있고, 말이 순하게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뽑히기 희망한다”면서 “하지만 난망하다”며 토론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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