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은 가수 이승환과 더불어 시국에 관해 아니 부정함을 향해 돌직구를 던지는 연예인이다. 그런 때문인지 아닌지 꽤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을 티비에서는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외압은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외압일 거라 굳게 믿는다. 무엇이 진실일까? 정답은 요즘 시국에 있을 것이다. 의혹이 의혹이 아니라 그대로 사실인 세상이니 말이다.

어쨌든 김제동은 유일한 프로그램인 JTBC 톡투유에서는 가급적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모습을 애써 보여 왔다. 뒤늦게 개그 프로그램들에서 다시 풍자가 시작되고, 방송의 온도가 분명 달라지는데도 김제동은 톡투유를 정치에서 떨어뜨리려는 모습이었다. 그런 김제동의 의도를 아는지 아니면 편집됐는지 방송에서는 굳이 민감한 발언은 보이지 않아 왔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

그러나 20일 방영된 톡투유는 참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 아니 우리 시대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걸 누가 말릴 수가 있겠는가. 톡투유 첫 순서인 ‘당신의 이야기’ 때에 한 여성 관객이 말부터가 보는 이의 가슴을 찔렀다. 20년 간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그 방청객은 가해자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고 했다.

“우리가 뭘 잘못했냐. 우리도 피해자다. 때릴 때마다 상처를 받았다”

그뿐 아니다. 어떤 관객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차를 신고했다고 동네 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잘못을 저지른 이가 그것을 고발한 사람에게 당당하게 큰소리치고 협박을 하는. 하긴 그렇다. 우리가 매일 뉴스로 접하는 상황이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는데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어쩌면 성인들은 이미 그런 세상에 익숙해져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린아이들의 눈에 그런 세상은 어떻게 비칠까? 톡투유의 메인 코너 오늘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였다. 제작진이 골라놓은 여러 개의 문장들 중에 가장 먼저 올라 있고, 또한 가장 하고픈 이야기가 많을 이야기가 있었다. 이날의 주제어는 ‘이상해’였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

그리고 모두가 주목하는 그 이야기는 ‘2016년 대한민국이 이상해요’였다. 그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중2 소녀였다. 패널들과 사회자가 애써 피하려 했던 그 사연은 녹화 마지막 부분에 알렉스의 제안으로 선택될 수 있었다. 소녀는 마이크를 받자 “지금까지 어른들이 말 못했잖아요”라면서 입을 열었다.

소녀는 나라가 이상하고, 학생으로서 되게 부끄럽다고 했다. 부끄럽다는 소녀의 말이 오히려 더 어른들을 부끄럽게 했다. 중학교 2학년이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좀 무관심해도 좋을 나이가 아니겠는가. 그 소녀의 말이 끝나자 다른 중학생 소녀가 말을 이어갔다. 소녀는 말을 하다가 그만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 소녀가 말하려던 것은 고 백남기 농민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었다. 그 이상한 대한민국의 희생자들이 그 이상한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 때문에 잊히지 말아야 한다고 눈물로 대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중학생들까지도 이런 생각을 당연히 하는데 어른들이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날의 방송 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요즘은 거의 고정패널인 정재찬 교수가 언제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시를 하나 읽었다. 서정주의 추천사였다. 낭독을 마친 정교수는 “그네에 관한 시입니다”했다. 단지 그랬을 뿐인데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러더니 정교수는 다른 패널에게 그네가 멈추는 원리를 물었다.

뜬금없는데 그 질문을 받은 패널 김상욱 교수는 “그네를 멈추게 하는 것은 마찰력인데 다른 말로 하면 저항”이라는 물리학자로서의 설명으로 대답했다. 객석에서는 다시 웃음이 터졌다. 웃기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심전심의 쾌감을 표현한 것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광장에 유쾌한 난장이 서는 것처럼 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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