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첫 지하철을 타면 그 모습이 출퇴근 시간대와는 판이하다. 거개가 50대가 넘고 행색이 초라한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그들은 어디로 갈까? 대부분이 큰 건물이나 아파트로 들어간다. 여자는 사무실, 복도, 계단, 화장실을 청소한다. 남자는 경비원으로서 교대시간에 맞춰 간다.

그 얼굴들이 6월 하순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연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더러 구호를 외치고 운동가도 부르나 너무나 어색했다. 누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을까? 노동부가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깎아야 한다고 나섰고 재계가 맞장구쳐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여당이 60세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이다. 늙은 것도 억울한데 돈을 조금 주라니 그 짓을 하고도 남을 만하다.

▲ 지난 6월2일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와 충남최저임금연대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인상하라!’고 쓴 손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저임금제는 1988년 도입됐다.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해마다 조금씩 올라 현재는 1시간당 4000원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 1999년에도 85원, 40원이 올랐다. 그런데 그것을 내년에는 3770원으로 깎자는 것이었다. 경제위기를 탓하나 벼룩의 간을 끌어모아 배를 채우려는 심산이다. 그들의 집단행동이 주효했는지 몰라도 110원이 올랐다. 하루 8시간 일해 봤자 880원을 더 번다. 지하철 요금 900원도 안 되는 돈이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됐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정규직에 비해 절반밖에 못 받고 신분도 보장되지 않는다. 그 차별을 없애고자 비정규직법이 2년 전에 태어났다. 계약기간 2년이 차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취지다. 그 시점이 지난 6월30일로 돌아오자 기업들이 법을 지키려고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그것을 준비를 해왔을 것이다. 회사형편이 어렵다면 해고하는 기업도 나올 것이었다.

그런데 MB정부가 갑자기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이유로 100만명 실업대란설을 유포하면서 말이다. 계약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해고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가 드세자 한나라당이 법적용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국회가 공전되는 사이 많은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을 뒤로 미루고 사태추이를 관망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공기업들이 앞장서 해고의 칼을 휘두르고 나섰다. 정말 실업대란이 안 일어나는지 보란 듯이 말이다. 사기업들이 조용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뒤에서 독려한다는 인상이 짙다. MB가 해법을 들고 나왔다. 고용의 유연성이 근본대책이라는 것이다. 고용과 해고는 반대개념이지만 말을 뒤집어 보면 해고의 자유를 늘리자는 소리다. 정규직까지도 고용안정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려 모든 노동자에게 절망감을 안겨준다.

MB정부는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들어가며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호기 있게 내렸다. 그 규모가 2008년부터 5년간 98조9000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수부족이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지자 비상이 걸린 모양이다. 증세로 방향을 튼다고 한다. 문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민증세라는 점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비과세·세감면을 없앤다고 한다. 부자나 빈자나 똑같이 내는 간접세도 손본다고 한다. 부가가치세율을 올리고 담배세, 주류세도 인상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선진 각국은 내수진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고 다양한 부양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 골격은 고용보장과 임금인상이다. 그런데 MB정부는 거꾸로 간다.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려는지 말이다. 물가는 뛰고 세금은 오를 판인데 고용불안이 공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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