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얼마 전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미디어스에 기고했던 출입국관리법 17조와 관련된 글- 이주노동자에게는 정치의 자유가 없다(링크)-을 읽고 질문이 있어서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배우자 비자를 받아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학생인데,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집회시위에 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정치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사실 법 전문가도 아니고 지난번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출입국관리법17조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서 외국인의 정치적 활동 범위가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할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된 시위는 집시법으로 모두 신고가 완료되었고 누구든지 참여가 가능하다는 정도의 답변을 드렸다.

그리고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 최대의 인파인 100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11월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다양한 집회참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을 위해 한국을 찾은 듯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군중들을 보면서 연신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렸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유모차를 가지고 집회에 참여하는 가족들과 심지어 애완견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지팡이를 짚고 나오는 노부부까지 지난 12일은 국적, 피부색, 연령, 지역, 성별 등에 상관없이 정말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던 말 그대로의 민중총궐기였다.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천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박근혜를 하야시키라는 요구 하나만을 걸고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더 이상 회사에서 마음대로 해고시키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요구를 외쳤고, 회사와 공공장소에서 성희롱, 성추행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 지방대학을 나와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자라날 때에는 이런 세상을 안 물려주겠다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까지 ‘박근혜는 하야하라’라는 구호 뒤에는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는 분노와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내가 만난 이주노동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이 퇴직 후가 아닌 출국 후 수령으로 개악되었고,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탄압하기 위한 출입국관리법이 개악되었고 이밖에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강제단속과 추방, 난민 구금문제까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은 계속 후퇴했다. 많은 숫자의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거리에 나와 집회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SNS상으로 뉴스를 공유하고 집회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떤 이주노동자는 대통령이 바뀌어도 당장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한국에서 함께 사는 노동자로서 이 투쟁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욱 많은 목소리들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검찰수사를 거부하고 숨은 지지층이 결집할 때까지 시간을 벌면서 하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더욱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당장 19일 토요일에는 오후 2시부터 박근혜 퇴진을 위한 동서남북 서울시민 대행진과, 4시 세월호 광장에서 <박근혜 7시간 시국강연회>, 6시 광화문광장에서 4차 범국민행동 집회가 열린다. 바로 이런 시기에 더욱 많은 주체들의 목소리가 열린 광장에 모인 이들에게 울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성소수자의 목소리, 장애인들의 목소리, 청소년들의 목소리,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 등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바라는 세상을 향한 요구가 함께 터져 나올 때 한국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발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들어 문화예술인들 역시 랩, 개사곡, 시국선언 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피아, 노브레인, 크라잉넛, 트랜스픽션, 안녕바다, 내 귀에 도청장치, 킹스턴루디스카, 로큰롤라디오, 그레이프티, 강백수, 김그레, 전상규(Ynot?), 리플렉스, 옥수사진관, 폰부스, 이성수(HarryBigButton), 24hours, 코인클래식, 루빈, 빈나(스토리텔러), 유해진, 서광민(LAYBRICKS), 백승서, 노승호(네미시스), 조아라, 만쥬(만쥬한봉지), 베베라쿤, 신가람(아름다운삶), 쌉(PinkFunniAde), 안지(웨이스티드쟈니스), 정해우(GroovyBirth), 추승엽(악퉁), 하상오(DeepGray), HEX(바닐라시티) 등 100여명에 가까운 뮤지션들이 참여한 ‘길가에 버려지다 part2’를 이번 주 추천곡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11월 19일 광화문광장에서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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