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비정규직보호법의 고용기한 만료 규정에 따라, 연봉계약직으로 일해 온 노동자 21명에 대해 지난 1일자로 계약을 해지하고, 여성 노동자 30명에 대한 외부용역업체 이관을 시도하는 등 공영방송으로서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 기간제사원협회와 공무원노조 여성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KBS 계약직 여성노동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계약직 여성노동자 외주화 시도 규탄, 정규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KBS가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화하겠다는 것은 여성 노동자들을 간접고용, 저임금으로 착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 KBS 기간제사원협회와 공무원노조 여성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25개 단체로 구성된 ‘KBS 계약직 여성노동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KBS 계약직 여성노동자 외주화 시도 규탄, 정규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선영
KBS가 지난달 24일 이사회에 보고한 ‘연봉계약직 운영방안’에 따르면, KBS는 연봉계약직 420여명 가운데 209명을 자회사로 전환하고, 32명은 계약 유지, 89명은 계약 해지, 60명은 무기 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시청자 상담, 견학, 시설 안내를 하는 시청자서비스팀에 있던 여성 노동자 30명을 외부용역업체로 이관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시청자서비스팀은 지난 2000년 이전까지는 파견 용역 형태로 유지되다 KBS가 회사 이미지 제고 및 상담 향상을 위해 2000년부터 직접고용 연봉계약직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외주화 관행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10년 전에 직접 고용했던 것을 다시 외주화한다는 것은 사측에서 고용과 관련한 원칙조차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며 “시설 안내, 견학 업무를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월급은 약 100만원 정도의 박봉인데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육아휴직은 사용해보지도 못하는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로서 모성권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며칠 전 KBS 경영본부장 등은 자회사, 외주화 등에 대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국회로부터 경영상의 심한 감사 압박을 받았기에 (외주화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게 진정 경영상 효율을 높이는 것이냐”며 “KBS가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시청료 거부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생여성행동 민대숙 사무국장도 “2009년 비정규직법안이 말해주는 것이 무언인지 KBS를 통해 똑똑히 보고 있고 이러한 현실이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KBS를 통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대책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며 “ KBS가 여성 노동자들을 투쟁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KBS 시청자서비스팀 홍미라씨는 “우리들은 KBS 앞을 지키는 방어선과 같은 역할을 하며 때로는 몸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다치기까지 했지만 KBS인이었기에 감수했다”며 “여성 노동자들의 업무를 외부 업체로 이관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답지 못한 태도로, 당장 외주화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KBS측은 당장 30여명을 8월10일부터 외부업체로 이관하겠다며 전적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으며, 작성하지 않으면 7월10일자로 외부업체 인력을 채용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KBS 여성 노동자 30명에 대한 외주화 저지는 비정규직, 저임금에 내몰린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지키는 투쟁이며, 고용 책임을 회피하는 자본에 대항하는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420명에 대한 운영안에 교묘하게 외부업체 이관안을 끼워넣은 KBS의 여성노동자 착취 행태를 규탄한다”며 “(캠페인을 통해) 일자리가 희망이라고 말한 KBS는 비정규직 노동자 내쫓기를 멈추고 즉각 정규직화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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