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뿐 아니라,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왕실장'으로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18일 매일경제는 검찰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통해 최순실 씨를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착수한 이후 김 전 비서실장과 최 씨의 직접적인 관계에 대한 진술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6일 김종 전 차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최순실 씨를 알게 된 경위를 추궁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소개로 최순실 씨를 처음 알게 됐고, 그 전에는 최 씨를 몰랐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날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공영방송 KBS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7일 청와대의 KBS 인사개입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그 증거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일부를 공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공개한 증거자료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KBS 추적60분 천안함 관련 판결에 항소할 것", "KBS 이사 중 우파 이사들에 대한 성향을 재확인할 것", "KBS 이사장 선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 등의 발언 내용이 적혀있었다. KBS의 각종 현안에 대해 김 전 비서실장이 직접 지시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언론노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언론이 청와대에 장악되지 않았더라면 진작 밝혀졌을 사건"이라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언론문제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 문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1순위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각종 진료를 받은 '차움병원'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부림사건'을 소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뤄 화제가 됐던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CJ그룹을 손보라고 지시한 것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저지하기 위해 사건 은폐를 지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정희 정권 대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으며,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당시 박근혜 영애 시절 측근 최태민 씨의 '대기업 갈취 및 무당놀이'를 조사할 때, 중앙정보부 정보국장이었다. 누구보다 최순실 씨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는 인물이란 얘기다.

또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친박 원로 모임 '박근혜 7인회'의 핵심 멤버로 꼽히기도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퇴진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을 임명했는데, 최 신임 민정수석은 박근혜 7인회의 멤버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다. 따라서 김 전 비서실장이 최 신임 민정수석을 발탁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시간에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런 분이 또 막후에서 총괄기획을 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리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현재 민주당으로부터 김종 전 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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