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17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공개했다. TV조선은 김 전 수석의 비망록 중 KBS와 관련된 17개의 메모를 KBS본부에 전달했다. 해당 17개 메모에는 청와대가 KBS의 인사 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증거들이 적혀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메모 중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세 차례 등장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최성준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17일 공개한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서 2014년 6월 17일, 6월 26일, 10월 15일 세 차례 등장한다.

6월 17일 김영한 전 수석은 "KBS 노조, 16개 직능단체 - 사장선임절차 제의, 공영방송 영·독·일, 소용 곤란. *사추위(김인규 사장) - 여야 안분, 방통위원장과 상의"라는 메모를 남겼다.

▲2014년 6월 17일 기록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이 메모는 당시 언론노조 KBS 본부가 사내 16개 단체와 연대해 새로운 사장 선임 시 사장추진위원회(사추위) 구성을 요구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내용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다뤄졌고 외국 사례 등을 검토,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을 정한 뒤 이를 최성준 위원장과 논의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6월 30일 열린 KBS이사회에서 KBS본부가 요구했던 사추위와 특별다수제는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대로라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가 종료된 후 청와대 차원에서 최성준 위원장과 사추위 구성을 거부하는 부분에 대해 상의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여당 추천 이사들이 KBS 본부의 요구인 사추위와 특별다수제를 거부하는 데 최성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4년 6월 26일 작성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6월 26일에는 "KBS 추적 60분, 천안함 관련 판결 - 항소"라는 메모가 등장한다. 해당 메모는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말한 사안이다. KBS는 2010년 천안함 사건과 관련 민·군 합동조사단 최종보고서의 의문점을 '추적 60분'을 통해 다룬 바 있다.

이에 방통위는 경고 처분을 내렸고, KBS는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조치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는 2014년 6월 13일 KBS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의 내용을 메모에 해당 판결과 관련된 '항소'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가 등장한 것이다.

결국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항소를 지시했고, 김 전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방통위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4년 10월 15일 작성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 (자료=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또 10월 15일 "KBS 이사장 선정 과정 BH(청와대)개입"이라는 메모가 등장한다. 당시 이길영 전 KBS 이사장이 8월 27일 사임하고, 29일 이인호 씨가 KBS 이사장으로 내정됐다. 9월 2일 이인호 씨가 KBS 이사가 됐고, 5일에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대해 10월 14일 문병호 의원은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이인호 이사장이 KBS 이사 및 이사장으로 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음 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길영 전 전 이사장이 사임하는 과정에 최성준 위원장이 개입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이사장은 2014년 8월 27일 건강상의 이유로 이사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최 위원장이 이 전 이사장을 불러내 면담을 갖고 사퇴를 종용했고, 그리고 이 전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다.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방송통신위원장은 장관급 기관장이다. 최성준 위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의 지시를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사실상 최성준 위원장은 KBS의 각종 사안에 대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를 대리했다는 얘기다. 방통위원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고 있는데,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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