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한겨레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서 “미디어법 공감안해(45.9%)>공감(40.4%)”>

▲ 한겨레 7월 7일자 4면.
6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난감한 보고가 올라왔다. 여의도연구소에서 실시한 한나라당 자체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의 목적이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공감한다는 의견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까지도 잘 안다고 대답한 비율이 43.6%나 된다고 한다. 언론관계법은 국민들이 이해하기에 어렵다며 여론조사를 반대해온 한나라당의 근거는 결국 ‘국민은 무지하다’는 국민관에 지나지 않았으니 한나라당 의원들도 당황스러웠을 게다. 이런 자기비판,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하지만 공개보고하신 용기답지 않게 진 소장의 조사결과 분석은 낯 뜨겁다. 조사 결과 국민들이 해당 법안을 잘 안다고는 했지만, 분석을 하자면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을 것 같단다. 진 소장이 말하는 잘못된 내용이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전한 허구적인 내용’이다. 그렇담, 한나라당의 홍보는 ‘상호적으로 소통한 진실된 내용’이었을까? 결국,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무지하거나 틀렸거나’로 치부해온 속편한 한나라당의 논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고 말았다.

여론이 어떻든 기어이 언론관계법을 통과시키고 말겠다는 한나라당. 언론관계법을 두고 야당 의원들과 설전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귓가에 한껏 혈압 올리신 그 분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라에 좋은 것 하자는데 왜 반댑니까? 다른 속셈이 있지 않고서야 반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당신 빨갱이요? 우리가 하는 건 다 나라에 좋은 겁니다. 왜 좋은 거냐고요? 이거 원, 무식해서 말이 안 통하네.”

아무래도 언론관계법 설문조사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먼저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해당 법안을 얼마나 잘 알고계십니까? 그 내용을 서술해주십시오.”

비추: 조선일보 <DJ·盧가 지원한 69억달러, 北 핵개발자금 2배 넘어>

▲ 조선일보 7월 7일자 4면.
안녕하세요, 조선어린이. 빨간펜 선생님 방문시간이에요. 오늘자 조선일보 4면에 어린이가 단 제목을 같이 보도록 해요. ‘DJ·盧가 지원한 69억달러, 北 핵개발자금 2배 넘어’로 적혀 있지요? 어린이는 처음, ‘북한이 올해 미사일 18발을 쏘는데 약 3억5300만달러, 2차 핵실험을 하는데 3억~4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는 건수로 기사를 쓰기로 마음먹었어요. 이것만 쓰면 임팩트가 약하니까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북한은 가난해서 식량도 지원받는 처지인데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만 40억달러가 넘는 것 같아요. 이 금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검색을 했어요.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이 북한에 지원한 식량을 현금으로 환산한 액수와 비슷하네요. 그렇다면, 지금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남한이 지원한 것도 있을 거 아니에요? 10년 동안 총 69억달러네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자한 자금이 26억 달러군요. 식량과 경제를 지원한 그 돈으로 미사일 개발과 실험에 쓰고도 남았겠다 싶었어요. 그렇다면 북한 국민들은 지원받은 식량을 먹지도 못하고, 모두 군사비로 들어갔을 것 같아요. 북한은 참 극악무도한 정권이에요.

하지만 어린이는 지금 각각 다른 상황의 금액 데이터만 가지고,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채 자신의 추측에 기대어 이 기사를 썼어요. 언뜻 보기에는 그럴듯한 논리지만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데이터’들이 주는 사실적인 이미지일 뿐이죠. 그것을 이용해 마치 10년간 남한의 대북지원이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지원한 것처럼 만들어버렸어요. 정말 그럴까요? 이 기사를 한 번 참고해보세요. 조선어린이가 오늘 저지른 오류는 ‘유비논증의 오류’라고 한다네요. 저도 참,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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